‘헤어질 결심’ 상영이 끝난 뒤 마이크를 잡은 박찬욱 감독이 뤼미에르 극장에서 세상에 내놓은 첫 소감이었다.
박 감독은 2016년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다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현재 ‘헤어질 결심’은 스크린 데일리 평점 기준 3.2점을 기록,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들 가운데 유일하게 3점을 넘겼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사망을 둘러싸고,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과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의 은밀한 관계와 욕망을 다룬 영화다.
24일(현지시각) 한국 기자들과 만난 박 감독은 “특정한 시기와 지역에서 벌어지는 그런 식의 리얼리티에 집착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보편성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외국 관객들이 보기에 사람 관계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감정 변화를 위화감 없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었던 감정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큰 자극적인 요소 없이 관객이 능동적으로 음미하는 형태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통했는지 모르겠다”고 상영 소감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영화에서는 박 감독 특유의 잔혹한 묘사나 격정적인 섹스 장면이 없다. 오히려 로맨스 영화의 장르적 특징을 바탕에 두고 범죄 영화의 긴장감 넘치는 요소들을 적절히 버무렸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이번 영화는 세트보다는 로케이션을 활용한 시각적 효과에 주안점을 뒀다. 산과 바다, 안개라는 자연적 이미지가 잘 어우러지면서 묘한 긴장감과 허탈감을 유발한다.
박해일의 뒷모습과 성난 파도의 이미지로 끝을 맺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관한 이투데이 기자 질문에 박 감독은 “아무것도 모르고 저렇게 헤매고 있는 어리석고 불쌍한 한 남자를 관객이 온전히 느끼는 게 중요했다. 그러려면 희미한 해와 파도, 안개가 남자의 모습과 함께 보여야 했다. 그래서 클로즈업보다는 멀리서 와이드하게 찍어야 했다”고 말했다.
고전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영화는 클래식하게 기본으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영화라는 예술이 구성하고 있는 스토리와 연기, 카메라의 움직임 등 기본적인 요소들에 충실하고 거기에 고민을 집중하고 싶었다는 게 박 감독의 설명이다.
끝으로 박 감독은 영화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사랑’에 관해 “완전히 해결된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언제나 진행 중이어야 한다. 풀려야 하는 미스터리면서 끝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라고 해야 할까. 그런 긴장이 유지되는 게 아름다운 사랑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