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교 에코백스 한국지사 대표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중국과 유럽 등에서 검증된 제품 기술력을 앞세워 마케팅, AS(애프터서비스) 통합 시스템 등을 총동원해 갈수록 뜨거워지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복안이다. 정 대표는 최근 이투데이 본지를 만나 “기술력은 우리의 강점이다. 3년 안에 국내 로봇청소기 업계에서 해외브랜드로는 1위에 올라서는 게 제 목표”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에코백스는 1990년대 후반 중국에서 설립된 24년 업력의 기업이다. 창업 초기 해외 유명 가전 브랜드의 위탁생산(OEM)을 맡다가 2006년 가정용 로봇 청소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에코백스는 현재 중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50%(2020년 기준)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인지도가 높다.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전세계 60여 개국에서 가전 로봇 제품을 판매 중이다. 유럽에선 점유율 3위 안에 들 만큼 제법 높은 위치에 올라 있다.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에코백스가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2017년이다. 그러나 당시 총판사 중심의 운영으로 국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에코백스의 존재감이 알려진 건 지난해 제품 T9이 흥행에 성공하면서부터다. 에코백스는 5년 만인 올해 지사 설립을 확정하고, 오는 10월 법인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 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에는 배우 현빈을 한국 등 아시아 5개국의 전속 모델로 발탁했다. 그만큼 국내 시장을 중요하게 본다는 뜻이다. 정 대표는 “중국 다음으로 한국과 일본 시장은 크게 보고 있다”며 “한국은 성장 가능성이 높고, 에코백스가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자평했다.
정 대표는 기술력·글로벌·로봇가전 포트폴리오 3가지를 에코백스의 강점으로 꼽았다. 핵심 무기는 단연 ‘기술’이다. 에코백스의 중국 본사 연구개발(R&D) 인력은 약 1000명 안팎이다. 중국을 비롯해 해외국가에서 보유한 특허만 1000개에 가깝다. 정 대표는 “로봇청소기는 얼마나 깨끗하게 청소하는지, 얼마나 똑똑하게 장애물을 인식하는 지, 사각지대는 어떻게 커버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청소기의 개념을 로봇이라는 기술과 더했을 때 얼마나 스마트한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에코백스의 주요 제품은 디봇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간판 기능은 물걸레 청소다. 물걸레 세척 및 건조, 물보충을 모두 자동으로 처리한다. 물이 부족하면 스테이션으로 돌아가 보충하고, 청소를 마치면 자동으로 물걸레를 세척한다. 온풍 건조까지 진행해 세균 번식 우려를 덜어냈다. 기계적으로 청소만 하는 로봇으로 기능을 단순화 하지 않고, 사람의 움직임을 구현하듯 자동화했다. 로봇청소기의 기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셈이다.
프리미엄 제품인 디봇 X1 옴니 제품의 경우 먼지통 비움 기능까지 갖춘다. 다른 해외 로봇청소기 시장과 달리 ‘먼지 비움’을 중요시한 국내 시장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청소와 물걸레질, 먼지 비움 등을 모두 갖춘 사실상 로봇청소기의 끝판왕인 셈이다.
글로벌화 부분에선 이미 시장의 검증을 받았다고 정 대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에코백스는 2018년 5월 중국 상하이에 상장하면서 중국 서비스 로봇 기업 중 최초 상장사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상하이 증시에선 시가총액 11조~15조 원 사이로 오가며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로봇가전 제품군 확대는 에코백스의 최종 목표다. 당장은 로봇청소기 판매에 매진하고 있지만 에코백스는 가전과 IT를 접목한 로봇가전 전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실제 에코백스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주요 제품은 디봇을 비롯해 유리창 청소 로봇 윈봇, 이동식 공기청정기 애트모봇 등이다. 에코백스는 또 제습기+공기청정기+청소기 통합한 ‘유니봇’ 개발을 진행 중이다. 개발이 사실상 마무리 돼 중국시장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에코백스가 최근 들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고객과의 접점 넒히기다. 정 대표는 일부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뿌리는 내리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부실한 AS를 꼽았다. 이에 에코백스는 IT 인프라 솔루션 기업인 SK네트웍스서비스와 지난달 손잡고 이달부터 AS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제품 유지 보수를 핵심 가치로 두고, 자사 고객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전담인력이 많지 않아 단순한 에러나 사용자의 실수임에도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과거에 20%에 불과했던 소비자 민원 전화 연결을 현재 90% 넘게 끌어올렸다. 수십, 수백만원 짜리 물건을 샀는데 서비스가 제대로 안 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코백스가 AS를 강조하는 데에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확대되고, 갈수록 고급화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 대표는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매년 40% 안팎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 같다”며 “시장이 고급화하는 데에 서비스 전략도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에코백스가 디봇 X1 패밀리의 제품 보증 및 AS 기간을 최대 2년까지 연장 운영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부분의 보증 및 AS 기간이 1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서비스다. 정 대표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차별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당장 인력 충원, 지사 구성 등 사업 초기의 안착을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다. 정 대표는 과거 한국휴렛팩커드(HP), 삼성전자 해외영업, 로지텍코리아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며 쌓았던 내공을 에코백스 경영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실제 정 대표는 로지텍코리아 대표로 있던 6년동안 시장 점유율을 20%에서 60%로 끌어올린 바 있다.
정 대표는 “전자업계, IT업계,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에서 다이내믹하게 움직여 왔다”며 “에코백스는 이제 도전장을 내민 작은 기업이다. 그간 쌓아온 경험으로 꿈과 호기심을 현실로 이룰 수 있게 하겠다. 희열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과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