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흥행 실패 딛고 일어선 ‘원조 깐느박’ 박찬욱, 칸영화제 감독상으로 영광 재현

입력 2022-05-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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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CJ ENM)
‘올드보이’(2003), ‘박쥐’(2009)로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수상하며 ‘원조 깐느박’으로 불려온 박찬욱 감독이 지난 28일(현지시각) 폐막한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지난 영광을 재현했다. 박 감독은 자신의 역대 세 번째 칸영화제 수상으로 한국 영화인 누구도 얻지 못한 칸영화제 최다 수상 기록을 썼다.

박 감독의 영화 역사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결코 아니다. 유영진 감독의 ‘깜동’(1988) 등의 작품에서 연출부로 활동한 그는 1992년 첫 작품인 누아르 ‘달은… 해가 꾸는 꿈’을 연출했지만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 두 번째 작품인 코미디 ‘3인조’(1997)의 성적은 더 참담했다. 이후 선보인 ‘복수는 나의 것’(2002)에는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등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배우들이 총출동했지만 가학적인 작품 수위 때문에 많은 관객에게 선택받지는 못했다.

역경을 딛고 연출한 ‘올드보이’가 칸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친절한 금자씨’(2005)가 국내 흥행한 뒤, 박 감독은 ‘박쥐’로 다시 한번 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과정에서 폭력, 근친상간 등 가학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거침없이 다뤘고, 2016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아가씨’로 4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기록까지 썼다. 업계에서는 ‘잘 배운 변태’라는 매력적인 평가가 나왔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박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긴 ‘헤어질 결심’은 한 남자의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마주하는 형사(박해일)와 사망한 남자의 아내(탕웨이) 사이의 묘한 기류를 다룬다. 그동안 선보인 작품과는 달리 잔혹한 묘사나 성적인 장면은 배제한 채 범죄물 기반의 로맨스 영화로 완성했다. 박 감독은 프랑스 칸 현지에서 진행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었던 감정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큰 자극적인 요소 없이 관객이 능동적으로 음미하는 형태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칸영화제 기간 내내 ‘극장과 영화’에 대한 지극한 애정도 표현했다. 감독상 수상 직후 열린 외신과의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코로나19 이후 맞닥뜨린 현실이) 영화관의 위험이지 영화의 위험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에는 영화관이 곧 영화다. 영화관에서 집중력을 가지고 여러 사람과 함께 본다는 체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극장에서 보도록 만든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꾸준한 영화 연출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진정한 영화애호가의 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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