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한 남자의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남편의 죽음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아내 서래(탕웨이)를 신문하며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품게 되는 미스터리 수사 멜로극이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2016)'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로,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감독상을 수상했다.
박 감독은 현지에서 “이 영화를 50%의 수사드라마와 50%의 로맨스영화라고 표현해도 되겠냐”는 질문을 들었다면서 “그보다는 100%의 수사드라마와 100%의 로맨스영화라는 말이 더 낫겠다고 답했다. 말장난이 아니라, 두 가지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박 감독은 “형사 해준은 주변을 탐문하고 문서로 (서래에 관한) 여러 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직접 만나서 신문한다. 미행하고, 잠복근무하며 상대를 들여다본다. 또 밖에서 기다린다. 이 모든 형사의 업무라는 게 ‘헤어질 결심’에서는 연애의 과정으로 표현된다. 유혹, 거부, 밀당, 원망, 변명 등 보통의 연인들이 할 법한 모든 일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올드보이(2003)', ‘박쥐(2009)', ‘아가씨’ 등에서 박 감독이 보여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은 거의 배제한 반면, 두 주인공이 나누는 미묘한 감정을 관객이 음미하게 하는 연출을 택했다.
박 감독은 음악을 비유로 들어 이같은 변화를 설명했다. “아주 섬세하고 여린 (음성의) 가수가 노래를 하는데 반주나 드럼 소리가 너무 크거나 기타가 화려하다면… 물론 그런 음악은 그런대로 존재하고 또 좋을 수 있겠지만 ‘헤어질 결심’에서는 그런 반주는 좀 낮춰야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이 (전작과) 다르다면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탕웨이도 “감독님의 전작은 한국의 김치 같은 진한 맛이었다면, ‘헤어질 결심’은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탕웨이, 박해일이 각각 연기한 극 중 인물의 특징도 드러났다.
탕웨이가 연기한 서래는 한국 형사들에게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의심받지만, 그에 동요하지 않고 자기 욕망대로 살아가기를 택하는 인물이다. 언어에 서툰 외국인이지만 한국 사극 드라마를 보며 배운 고풍스러운 표현을 종종 사용하며 해준에게 오묘한 인상을 안긴다. 탕웨이는 “자기 매력을 잘 모르는 게 서래의 매력이자 특징일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일이 연기한 해준은 한국 범죄영화에 나오는 우락부락한 형사와는 다르게, 범죄 현장에 항상 넥타이를 착용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는 인물이다. 용의자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예의와 배려로 섬세하게 접근하려는 성향에 가깝다.
해준 역을 맡은 박해일은 “장르영화에 나오는 형사 역할을 소화하기에는 어색할 것 같아서 출연을 미뤘었다면, 이번에 제안받은 형사 캐릭터는 남다른 측면이 있어 나에게 잘 맞는 옷일 것 같았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헤어질 결심’은 6월 2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