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로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이 숨지고, 50명이 넘는 이들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빌딩 입주자와 방문자들이 옥상으로 피신하느라 외벽을 타거나 유리창을 깨고 탈출을 시도하는 아찔한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유독 큰 피해로 이어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구 화재 사건의 전말을 살펴봤습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03호의 불길은 빠르게 번졌습니다. 화재 진압까지 20여 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치솟았던 것을 보면 연소 과정이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203호는 계단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그만큼 빨리 대피하기 어려운 구조였겠죠.
그러다 보니 이번 사고로 숨진 피해자들은 모두 203호에서 발견됐습니다. 이곳은 본래 변호사 사무실로, 변호사 2명과 직원 8명이 사용하는 공간이었는데요. 이들 중 변호사 1명과 직원 5명이 변을 당했습니다.
이렇듯 불은 신속히 진압됐지만, 발화지점에 있던 피해자들은 신속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폭발과 빠르게 번지는 불길, 그리고 대피하기 어려운 사무실 위치까지 겹치면서 속수무책이었던 것이죠.
범어동 법조타운에 있는 사무실은 밀폐된 구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는 건물 내에서 불이 날 경우 화기와 연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갈 곳이 없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이 건물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폐쇄적인 사무실과 복도 특성상 연기가 2층에서부터 복도를 타고 위층으로 빠르게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연기 흡입 부상자가 급증한 것도 이 때문으로 파악됩니다.
게다가 해당 건물은 지하를 제외하고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현행법상 6층 이상의 건물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해당 건물이 지어질 당시에는 스프링클러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용의자 A씨는 수억 원대 투자 반환금 소송을 했다가 1심에서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불만을 품고 상대측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불을 지르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A씨가 주거지에서 범행 도구를 들고나오는 장면도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사고 발생 7~8분 전 A씨가 집에서 흰색 천에 싸인 물체를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확보한 것입니다.
또 숨진 피해자 중 2명에게선 흉기에 찔린 흔적도 확인됐습니다. 사건 현장에선 흉기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찔린 흔적이 이번 방화 사건과 관련 있는지 부검 등으로 파악할 계획입니다.
다만 A씨는 방화 후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용의자 시신이 불에 탄 흔적이 있어 분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데요. 만일 이번 화재가 A씨의 단독범행으로 확인되면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피해자 6명의 유족은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