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는 한 주간 -1.37%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 혼합형, 국내 채권형 펀드는 각각 -0.46%, -0.04% 떨어졌다.
극도로 얼어붙은 투자심리에 자금 이탈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일주일 사이 1조3226억 원 감소했다. 특히 기초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에서만 1조3163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내 혼합형 펀드 설정액은 468억 원, 국내 대체형 펀드는 1149억 원 감소했다.
펀드 시장도 최악의 인플레이션 충격과 긴축 우려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상승하며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세도 가팔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이 같은 기대도 순식간에 무너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우려가 커지더라도 당분간 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가 전환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강화되면서 위험자산은 상당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험자산이 흔들리면서 원자재, 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에선 자금 유입이 관찰됐다. 원자재펀드 설정액은 지난 일주일 동안 1808억 원 증가했다. 1개월로 범위를 넓히면 8007억 원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펀드와 농산물펀드에도 각각 18억 원, 20억 원이 유입됐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농산물펀드는 한 주간 2.77% 상승했고, 금펀드와 원자재펀드는 각각 0.67%, 0.29% 오르며 시장 대비 선방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중국 펀드가 일주일 새 6.75% 급등하며 앞서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 해제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유입되면서다. 물가 상승세도 안정적이라 경기 부양책을 실시해도 부담이 덜할 것이란 분석이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반등함에 이어 5월 CPI 상승률도 2.2%를 기록하며 안정된 물가 수준을 보여줬다. 코로나19 봉쇄 조치 이후 약세를 보였던 시장에 회복 모멘텀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