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회 운영과 윤리위원회 징계 여부 등으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들과 대립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가 돌연 안철수 의원에게 총구를 돌렸다. 합당과정에서 국민의당 몫으로 배정된 최고위원 2명이 부적절한 인사들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지난 4월에 합의된 사안을 이 대표가 지금 시점에 문제 삼고 나선 이유를 두고 배경파악에 분주하다. 윤핵관측과 안철수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 선수를 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치상태인 윤핵관쪽에 시선이 쏠린 틈을 타 오랜 '앙숙'인 안 의원을 공격하는 '성동격서'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안 의원이 옛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인사 2명에 대한 최고위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를 언급하면서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 대선 기간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다.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다. 청산 대상'이라고 비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친윤계인 정 의원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인사 배려라는 합당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우려를 비판의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4월 합당 과정에서 합의안이 도출된 사안에 대해 이제서야 재고를 요청한 것은 두고 안 의원의 당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합당 협상에서 국민의당 몫으로 최고위원 2명을 약속했고 안 의원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추천했다.
정점식 의원의 경우 국민의당 소속이었지만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이 그를 최고위원에 추천한 것은 당내 세력 확장을 위해 윤핵관측에 손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해 우호세력을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정 의원에 대해 이 대표가 제동을 건 것 역시 안 의원의 의중을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핵관들과의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안 의원측 인사들까지 최고위원에 합류해 연합전선을 형성할 경우 수적 열세에 몰릴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윤핵관들이 잠시 전열을 가다듬는 동안 안 의원측을 압박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핵관들은 이 대표와의 한바탕 거친 설전이 오간 뒤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선거승리 직후 시작된 집안싸움에 비판 여론이 거센데다 권성동 의원 등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는 '윤핵관'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이준석 대표는 '본격적인 자기정치'를 선언한 뒤 거칠 것 없다 듯한 행보를 내딛고 있다. 안철수 의원을 향해 포문을 연 것도 마침 시선이 윤핵관에 쏠린 지금을 기회로 봤을 것이라는 분석이 존재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방에 적을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 대표는 이미 취임 직후부터 1년 내내 사방이 적이었다"면서 "특히 안철수 의원과는 쌓인 일들이 좀 있는 사이인 만큼 완전한 융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