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납품단가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 개최
“철자잿값이 100% 인상됐는 데도 이 부분들이 정상적으로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다음 거래가 끊길까 봐 중소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적자를 감내하며 일하고 있다. 결국, 도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최강진 삼정엘리베이터 대표이사)
“원자잿값 45% 인상 등에 대해선 대기업들도 아픔을 동반하고 있다. 장관께서 어려운 자리 마련하고, 한 쪽의 희생을 강조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 동반성장 할 수 있는 법안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김병수 LG전자 상무)
14년간 공회전을 이어온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해묵은 과제인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를 위해 대·중소기업이 처음으로 한 데 모였다. 중소기업들은 하루빨리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고, 대기업들은 한쪽의 희생이 아닌 법제화로 상생을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기업·중소기업 업계가 참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는 중기부 장관 주재로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는 레미콘, 철강, 플라스틱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애로사항을 건의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LG전자 등 대기업 관계자들은 자체적으로 협력업체와 실행 중인 납품단가 연동 사례를 공유했다.
중소기업들은 급등한 원자잿값으로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협회장은 “레미콘 업계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각종 관련 업계들이 원자잿값과 유류비를 올려달라고 주장하며 결국 올렸는데 그 피해는 저희가 다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도심 속에 있는 레미콘 공장은 그런대로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지방이나 오지에 있는 공장들은 불가피하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고 말했다.
홍성규 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알루미늄, 컴파운드, 목재, 철강이 전선에 다 들어가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해외 거래처 등이 연동제를 반영하고 있어 새로운 제도도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납품단가 연동제가 민간 시장에서는 평상시에 작동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케이스에 작동하고 있다. 최소한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들은 한쪽의 희생이 아닌 상생을 통해 납품단가 연동제가 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100%는 아니지만 14년 전부터 주요 원자재에 대해선 연동제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노하우나 역량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호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현재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에 대해 경제 주체라면 다 느끼고 있고 국민 전체가 체감하고 있다”며 “연동제에는 연대, 상생, 공정이라는 큰 그림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임 부사장은 “민간 주도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 이러한 현안들이 자율로 기초해 새로운 규제가 되지 않도록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영 장관은 “원자재 가격이 전년 대비 47.6% 상승했지만 납품 대금은 10.2% 올랐다”며 “그 차이만큼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피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4년의 논의 과정을 진일보할 수 있도록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며 “함께 잘 사는 길이어야지 한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너무 무리한 내용을 담아 선의가 왜곡되는 것은 지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부는 앞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현장의 의견을 들어 납품단가 연동제를 정밀하게 설계하기 위한 전문가 참여 TF 회의를 개최한다. 또 상생협력법 개정 전에 납품단가 연동 조항이 포함된 표준약정서와 안내서를 작성·보급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납품단가 연동 시범운영은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한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납품단가 연동제 TF에서 나온 내용을 기반으로 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최근 다수 발의된 관련 법안 개정안의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 현장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