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의사 흉기에 피습…의료계 “강력 처벌, 대책 마련” 호소

입력 2022-06-17 18:05수정 2022-06-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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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보호 위해 ‘임세원법’ 제정됐지만, 의료현장 폭력 여전

▲대한의사협회는 1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실 의사 습격 사건은 의료계는 물론 온 사회를 충격과 경악에 빠뜨린 매우 참담한 사건으로 유감을 표하고, 관할 경찰서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경기 용인의 한 종합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진 흉기 피습 사건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018년 고(故)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후 의료진 보호를 위해 일명 ‘임세원법’이 제정됐음에도 의료현장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력이 여전하다면서, 보다 강력한 처벌이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17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등에 따르면 최근 심정지로 이송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보호자가 찾아와 낫으로 해당 의료진의 목을 베는 사건이 발생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측은 “보호자가 계획적으로 거짓말로 스케줄을 확인하고 다시 찾아와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이유는 환자치료에 대한 불만이었고 처음 이송 당시에도 진료현장에서 난동을 피웠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의사협회도 17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응급실 의사 습격 사건은 의료계는 물론 온 사회를 충격과 경악에 빠뜨린 매우 참담한 사건”이라며 “의료기관은 사람을 살리는 곳인데 살인미수라는 불행한 사건이 자행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해당 의료진은 본인 소속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협회는 17일 오전 해당 피해 의료진들 만난 후 병원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의협은 “뒷목 부분이 10cm 이상 크게 베여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피습 당시의 심각한 충격으로 인해 아직 심신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라며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당분간 최대한 안정가료에 전념하도록 주변에서 도와주고 지원해줘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협은 현장에 있던 다른 의료인들과 병원 관계자, 환자와 호보자들도 대단히 충격을 받았다며, 해당 병원 측에서는 현재 상황을 조속히 수습하고 정상진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최근 응급실 의사 피습 사건이 발생한 병원을 찾아 병원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이에 대해 응급의학의사회는 이송 당시 난동을 제압하고 법적인 격리조치를 미리 취했다면 이러한 불상사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면서, 응급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과 처벌 강화를 주문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현장의 폭력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라며 “언론에 이런 일들이 보도될 때마다 과도한 호기심과 자극적인 문구들만 난무할 뿐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적절 한 해결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응급의학의사회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 형량 하한제, 심신미약 무관용 원칙 등 다양하고 강력한 조치들이 발표됐지만,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안전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처벌이 강화되다 보니 경찰이나 검찰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입건하는 자체를 꺼려하게 되고, 이는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발생해도 법 반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도 이날 기자횐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살인 의도가 명백한 것으로 용서의 여지가 없는 중범죄”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계는 정부가 보다 강력한 처벌과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측은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사전 예방과 폭력 발생 시 빠른 격리와 현장 안정 우선이라며, 현장 전문가들과 재발방지와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의협도 “의료인에 대한 안전과 보호를 보장하는 일 역시 공익활동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에서 전적으로 부담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의료인 안전 및 보호 대책을 국가가 제도나 재정 측면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응급의학의사회는 “정부가 임세원법 제정 후 의료현장 폭력에 가장처벌을 공언했던 만큼 정말로 그러한 결정을 내릴지 지켜 볼 것”이라며 정부당국의 책임감독의 의무를 대해 달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이와 관련 이필수 의사협회장은 이날 오후 용인동부경찰서를 찾아 경찰서장과 면담을 통해 이번 의료인 살인미수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요청했다.

이 회장은 “이번 일은 가해자가 흉기인 낫으로 피해자의 목 부위를 내리친 점으로 미루어 살인의 고의가 명백한 사건이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 진료에 임하고 있는 의료인에 대한 직접적 위해를 가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진료기능을 정지시키고 의료인력 손실로 인한 응급의료 제공 중단 등을 초래한 사건”이라며 “상기 살인미수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히 대처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의협에 따르면 유제열 용인동부경찰서장은 “반복되는 의료인 폭행 문제 근절을 위해 가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의협은 “조속한 시일내 정치권과 긴밀히 협의해 진료실·응급실에서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공청회를 의협·변협·의원실 공동 개최하는 등 신속한 입법 추진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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