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 FW시즌 상품부터 본격적으로 가격 올릴 전망
전방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패션업계도 면과 비스코스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외출이 잦아지면서 소비가 살아나 패션 업체들이 모처럼 환호성을 지르는 시점에 원가 상승이라는 악재가 등장해서다. 글로벌 패션 업체들이 연달아 가격 인상 물꼬를 트면서 국내 패션업체들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1일 이투데이가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원면(코튼) 가격지수는 지난달 216.05로 2년 전인 2020년 5월(108.18)에 비해 99.7% 뛰었다. 해당지수는 2015년을 100으로 기준 삼는다.
비스코스 섬유 가격 지수도 지난달 126.77로 1년 전(100.35)에 비해서 26.3% 비싸졌다. 2년 전(107.38)에 비해서도 상승폭은 18.1%에 달한다. 비스코스는 실크와 비슷한 부드러운 섬유로, 폴리에스테르와 면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의류 원단이다.
패션업계는 올 봄부터 패션 소비가 살아나기 시작해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거리두기가 완화된 올 1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연결 기준 매출액 3522억 원, 영업이익 331억 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 영업이익은 55.4% 뛰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바 있다.
한섬 역시 올해 1분기 매출로 전년 대비 17.4% 증가한 3915억 원과 영업이익은 30.7% 늘어난 591억 원을 거둬 지난해 사상 최고 기록 경신에 이어 올 1분기에도 호실적을 보였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한 474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0% 늘어난 420억 원으로 집계됐다. LF도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2%, 43% 증가했다.
원재료 값이 치솟으면서 이미 글로벌 패션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SPA(제조 유통 일괄) 브랜드인 자라가 일부 제품 가격을 5% 가량 인상했고, H&M도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도 10% 가량 가격을 높였고, 아식스도 일부 가격을 15% 내외로 올렸다.
일본계 패션브랜드 유니클로도 27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기로 했다. 유니클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랫동안 지속돼 온 국제 원자재 및 물류비 등의 인상과 함께 최근 급속한 물가 인상으로 인한 매장 및 사업 제반 운영비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플리스와 다운재킷, 스웨터, 히트텍 속옷 등 인기 제품 가격이 인상될 전망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소재 사용이 많은 동절기 신상품을 출시하는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 러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FNC)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자사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올해 FW(가을·겨울) 시즌의 일부 상품에 대해 가격을 인상하기로 한 상태다.
A 패션업체 관계자는 “소재 이슈는 SS(봄·여름) 시즌 상품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데 비해 FW 상품에는 타격이 크다”면서 “각 기업들이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많은 업체들이 하반기에는 가격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고급 브랜드보다는 가격대가 낮은 SPA나 가성비 브랜드의 경우 원가 비중이 높아 원재료 인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면서 “순면 가격이 오르면서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C 회사 관계자는 “수년간 재고가 있다 보니 쉽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면사와 물류비 인상이 이어지면 앞으로 계속해서 원가 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