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발 공급충격 영향 장기화 우려
이 총재는 이날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점검’ 기자 설명회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의 물가 흐름은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원자재가격 추이,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상승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상방 리스크가 우세해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기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며 “또 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한 등으로 수급차질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국제유가가 지난 금통위 직전 109달러 수준에서 6월 들어 평균 120달러 내외로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웃돌고 있다”고 설명헸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해 저희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해외발 공급 충격의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주요 글로벌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높아진 국제식량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국제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하방경직적이고 지속성이 높은 특성으로 인해 그 영향이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도 회복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해외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오래 지속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국내 여타 품목으로도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이처럼 국내외 물가상승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2%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은 경제주체의 체감도가 높아 기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기반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이자 지급 부담 증가 등으로 어려워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가 중요하다”며 “이에 대해서는 정책공조를 통해 더욱 정교하고 미시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