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고래’ 계정 통제권 확보
탈중앙화 금융 원칙에서 벗어나
최근 가상자산 급락세에 디파이 업체들 압박 커져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의 급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솔라나 기반 대출 플랫폼인 솔렌드(Solend)가 '고래'로 불리는 '큰손' 투자자 계정 통제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개발사가 사용자 지갑에 직접 개입하는 것 자체가 탈중앙화 금융(DeFi) 시장에서는 전례 없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솔렌드는 이날 개발사가 사용자의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투표에 부쳤고, 솔렌드 이용자 커뮤니티는 99.8%의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져 해당 제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제안이 통과되면서 솔렌드는 연쇄적인 청산을 막기 위해 장외 거래를 통해 '큰 손 '투자자인 고래들의 자산을 청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솔렌드는 사용자가 별도의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지금을 빌리고, 빌려줄 수 있도록 하는 디파이 금융 플랫폼이다. 솔렌드가 이러한 조처를 한 것은 최근 솔라나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규모 강제 청산 가능성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강제 청산 우려를 키운 '고래' 투자자는 570만 개의 솔라나를 솔렌드에 예치해둔 상태로, 이는 솔렌드 전체 예치금의 95%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솔라나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솔렌드 구조상 솔라나 가격이 개당 22.3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계정 담보의 20%가 강제 청산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솔라나는 지난주 한때 27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강제청산 우려가 커졌고, 이에 솔렌드가 다급히 개입하기 위해 이러한 제안을 투표에 부친 것으로 보인다. 솔렌드는 "고래 투자자 1명이 매우 큰 포지션을 취하고 있어 잠재적으로 프로토콜과 이용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솔렌트가 부실 위험에 빠질 수 있으며, 이 같은 혼란이 솔라나 네트워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솔렌드의 이 같은 결정에 거세게 비판했다. 디파이의 핵심은 은행과 같은 중앙집권 기관이 없는 것인데, 이번 제안이 통과됨으로써 개발사가 통제 권한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하면서 디파이 업체들이 받는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디파이 플랫폼 ‘메이커(MakerDao·MKR)는 최근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던 스테이크이더(stEth)에 대해 DAI를 대출해주는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DAI는 이더리움의 기본 코인인 이더(Ether)를 담보로 달러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