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소위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전면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안팎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검찰총장이 여전히 공석이라 한동훈 체제가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5명 증원하는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이 의결됐다. 일선 청 마지막 부서에서 검찰총장 승인을 받아야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제한이 사라졌고, 형사부 명칭을 전문수사 부서로 바꾸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도 가결됐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어 후속 간부 인사를 논의했다. 조만간 대규모 검찰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9월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 시행을 앞두고 법령 정비를 위한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시일 내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에는 일선 지검장과 고검장을 포함한 검사장급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날 인사 발표를 높게 점쳤으나 6월 하순경부터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관심사는 검사장급이다. 최대 12명까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사법연수원 28~29기로 예상된다. 이들 가운데는 지난 정권에서 좌천성 인사를 겪으며 승진에서 밀려난 검사들이 적지 않다.
현재 검사장급 공석은 법무연수원장과 대구고검장, 부산고검장 자리다. 지검장급은 박찬호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공석이 된 광주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부원장 자리가 비어 있다.
28기 중에는 이진동 서울고검 감찰부장과 신응석 서울고검 검사, 임현 서울고검 형사부장이 오르내리고 있다. 29기에서는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와 송강 청주지검 차장검사, 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 검사, 양중진 수원지검 1차장 검사가 하마평에 올랐다.
검사장급 인사 직후 차장ㆍ부장검사 등 중간 간부 인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검사장과 중간간부급 인사 사이 시차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대선ㆍ지방선거와 검수완박 국면을 거치며 지체됐던 수사에 속도를 내려면 검사장 인사 직후 차ㆍ부장검사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직제개편과 검찰 대규모 인사로 법무부가 변화의 중심에 섰지만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검찰총장은 여전히 공석이다. 차기 총장이 '식물총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김오수 총장이 퇴임한 후 검찰총장이 40일 넘게 공석"이라며 "인사에 장관과 간부급 검사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이 공석이라고 해서 업무 공백 등 비판이 나오는데 이에 동의할 수는 없다"면서도 "구심점이 총장에서 장관으로 옮겨갈 것 같다"고 봤다.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 원로도 검찰 인사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한 장관이 검찰총장도 없이 지금 계속 검찰 인사를 한다"며 "과거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서 인사 패싱을 당한 것에 대해 얼마나 울분을 토했느냐. 그렇게 하지 말고 검찰총장을 임명해 순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