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업체 거센 반발에 규정 도입까지 험로 예상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담배의 니코틴 함량 대폭 감축을 추진한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담배 회사들이 니코틴 함량을 최소화하거나 중독성이 없는 수준으로 낮추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시점은 변경될 수 있으나 FDA는 2023년 5월에 이러한 규정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날 행정부의 규제 조치 의제로 이 같은 계획이 일부 공개됐다. 이 방안은 올해 초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25년간 암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계획과도 연관돼 있다.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은 성명에서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하다"면서 "니코틴 수치를 중독성 측면에서 최소 수준이거나 중독성이 없는 수준으로 낮추면 미래 세대의 젊은이들이 담배에 중독될 가능성이 줄어들고, 현재 흡연자들의 금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DA에 따르면 니코틴 자체는 암이나 폐 질환을 일으키지 않지만, 담배에 중독되게 하는 성분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정이 발표될 경우 950억 달러(약 124조 원) 규모의 미국 담배 산업을 뒤흔들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1998년 주 정부의 의료비 부담에서 담배업체들이 20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도록 법적 합의를 본 이후 미국 정부의 가장 강력한 흡연 억제 정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흡연율은 수십 년간 하락세를 보였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살짝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 성인의 12.5%에 해당하는 3080만 명이 흡연자이며, 매년 흡연 관련 사망자는 48만 명이 넘는다. FDA는 흡연과 관련한 의료 비용이 연간 3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니코틴 함량을 낮추려는 FDA의 발표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규정 도입을 장담할 수는 없다. FDA가 구체적인 규정을 제안하는 데 최소 1년이 걸릴 수 있고, 이후에도 각계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해당 규정이 담배 매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담배 업체들의 소송 가능성도 거론된다.
RJ레이놀즈와 알트리아 등 담배업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알트리아의 법률 고문인 머레이 가르닉은 "해당 정책은 흡연자들의 금연을 돕는 데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암시장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면서 "설령 그 정책이 효과를 본다고 해도 미국 담배 재배자와 소매업체들에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