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사업장 수의계약 '무혈입성'
"건설 투자심리 개선-실적회복 기대"
"제도개편 효과 지켜봐야" 의견 분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및 고분양가 심사제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분양가가 오를 전망이다.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열기 역시 다시 뜨거워질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제 개선으로 향후 분양가가 1.5~4%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분양가에 적용되는 건축비 반영 품목을 변경 및 확대하고, 원자잿값 인상분도 분양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먼저 원자잿값 상승 시 이를 적기에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매년 3월과 9월에 기본형 건축비를 정기고시하고 있다. 앞으로 비중이 높은 상위 2개 자재(레미콘, 철근)의 상승률 합이 15% 이상인 경우와 하위 3개 자재(창호유리, 강화합판 마루, 알루미늄 거푸집)의 상승률 합이 30% 이상인 경우엔 정기고시 기간이 아니더라도 시세에 맞춰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분양가에 적용하는 건축비 반영 품목도 기존 4개에서 6개로 늘렸다. 품목도 사용 빈도가 높은 자재를 추가했다. 기존에는 △레미콘 △철근 △PHC 파일 △동관 등 4개 품목을 건축비로 반영해왔다. 여기에 사용 빈도가 낮았던 PHC 파일과 동관 등을 빼고 △창호유리 △강화합판 마루 △알루미늄 거푸집 등을 추가했다. 아울러 HUG의 고분양가 심사 시 급격한 원자잿값 상승 상황도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자재비 가산제도’도 도입했다.
분양가 산정이 개선되면서 향후 건설업계의 정비사업 수주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지속하는 원자잿값 상승으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에 미온적이었다. 수의계약으로 무혈입성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를 선정할 때 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면 유찰된다. 유찰이 2회 이상 반복하면 조합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18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현대건설은 올해 △대구 봉덕1동 우리재개발 △서울 이촌동 강촌 리모델링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 △서울 강동 선사현대 리모델링 △경기 과천 주공8·9단지 재건축 △광주 광천동 재개발 △대전 도마·변동 5구역 재개발 △서울 이문4구역 재개발 등 8곳 모두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에만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5조6988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누적 수주액(5조5499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GS건설은 상반기 7곳 중 6곳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이촌 한강맨션 재건축, 불광 5구역 재개발, 신길13구역 재건축 등 6곳에서 경쟁사 없이 무혈입성했다. 포스코건설 역시 경기 성복역 리버파크아파트 리모델링과 대구 반고개 재개발 등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다만 이번 개선안 발표 이후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최근 원자잿값 및 금리상승에 따른 주택사업 수익성 악화로 수주계약 협상이 장기화하는 추세였지만, 원자잿값 상승분 전가가 가능해지면서 신규수주 회복이 예상된다”며 “이번 제도 개선안은 건설업종 투자심리 개선 및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제도개편이 사업장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당장 정비사업 추진에 전반적으로 큰 탄력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며 “사업지마다 분양가가 얼마나 산정되는지와 향후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