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방역당국은 전날 신고된 원숭이두창 의심 환자 2명에 대한 진단검사를 시행했는데요. 이 중 한 명이 확진됐고, 나머지 한 명은 수두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최근 수두나 수족구 등을 원숭이두창으로 오인해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피부발진이나 수포가 나타나는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수두와 원숭이두창,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요?
원숭이두창과 수두는 모두 온몸에 발진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두 질환 모두 열이 나면서 두통과 인후통, 근육통을 동반하는데요.
발진의 양상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원숭이두창에 의해 발생하는 수포는 더 크고 흰빛을 띱니다. 또 경계가 명확하고 중앙이 파인 모습입니다. 발진은 반점, 구진(피부가 솟아오름), 수포(물집), 농포(고름), 가피(딱지)의 단계로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발진이 같은 단계로 진행됩니다.
반면 수두로 인한 수포는 비교적 작고 대체로 빨갛습니다. 경계가 불명확한 것도 특징입니다. 발진은 구진, 수포, 농포, 가피의 순으로 빠르게 진행되지만 발진마다 진행 단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구별은 병증이 심화했을 때에나 가능합니다. 발병 초기에는 발진 모습이 비슷해서 일반인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신 전문가들은 “목과 겨드랑이가 붓는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원숭이두창은 림프절 부종을 동반합니다. 목과 겨드랑이 쪽에 분포된 림프절이 부어오르고 통증이 발생하는데요. 이는 수두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입니다. 따라서 몸에 수포가 생겼을 때 수두인지 원숭이두창인지 헷갈린다면 목과 겨드랑이를 먼저 체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원숭이두창의 초기 증상은 과거에 보고됐던 환자들의 사례와 다소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을 식별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는데요. 최근 환자들에게는 발열이나 두통, 근육통 대신 입이나 생식기 또는 항문 주변에 발진 징후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또 항문·직장 통증, 직장 출혈, 장염 등을 새로운 증상으로 추가했습니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현재 확산되고 있는 원숭이두창은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과거에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행하던 원숭이두창과 임상적 특징이 다소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환자의 얼굴이나 손에 많은 물집이 생겼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쉽게 인지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성 접촉에 의해 전파가 되면서 성기나 항문 부위에 주로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가 열도 잘 안 나고 림프절도 붓지 않는 등 굉장히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의사들도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3~6% 수준으로 무시할 수준은 아닙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치명률인 0.13%보다 훨씬 높습니다. 특히 신생아, 어린이, 면역저하자 등에서는 심각한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합니다. 원숭이두창은 최근 전 세계 41개국으로 확산하고 3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는데요. 아직 아프리카 외의 지역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선진국과 같이 의료 체계가 잘 갖춰진 곳에서는 치명률이 1% 미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