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1300원 선을 뚫고 올라갔다. 전날보다 4.5원 상승한 1301.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300원대로 환율이 치솟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던 2009년 7월 13일(장중 1315원) 이후 13년 만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전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가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연초(1월 6일) 1200원을 넘은 이래 지속적인 상승세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 우리 무역수지 적자 확대, 여기에 24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인 일본 엔화값 하락 등이 겹친 탓이다.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가치 추락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예전 원·달러 환율 상승은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으나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국내 물가 부담만 키우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가속하면서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린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이미 수입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154억6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고 적자규모도 14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도 계속 오름세다. 한국은행 통계에서 5월 수입물가지수는 153.74(2015년=100)로 1년 전보다 36.3%나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4% 올랐고, 6월 상승률은 6%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또한 뚜렷하다. 올 들어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팔아 치운 주식이 14조 원 이상이다. 5월까지 주식시장에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9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한은은 집계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비중은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2월의 39.3%보다 크게 낮아졌다.
환율 급등을 심각하게 봐야할 이유다. 국내 기준금리의 대폭 인상 또한 불가피해지고 있다. 실물경제에 심대한 충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져들면서 갈수록 위기가 가중되는 비상한 국면이다. 정부도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대한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시장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안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통상적 차원 이상의 비상한 위기 대처 방안을 강구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데 총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