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관련 강도 높은 추궁을 당했다. 의원들은 금리인상이 경기를 둔화시키기만 하고 물가가 빠르게 잡히지 않을 경우 연준의 복안이 무엇이냐고 압박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이 지상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금리 정책을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 한 금리인상 기조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연준의 물가 대응 의지는 파월이 언급한 ‘무조건적(unconditional)’이라는 단어에 함축돼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는 실패해서는 안 된다. 물가를 잡아야만 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됐다는 증거를 확인할 때까지 미션을 성취했다는 선언은 없다”고 단언했다.
파월은 물가를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이유로 “인플레이션을 2%로 복귀시켜 물가를 안정시키지 않으면 경제성장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완전 고용이 유지되는 기간을 지속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5월 소비자물가가 8.6% 상승하며 41년래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연준이 극약 처방에 나서면서 경기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당초 연준은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낮추는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자신해왔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양다리’를 걸쳤다. 그는 “실업 유발 없이 물가를 잡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모호한 답을 내놨다.
파월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준은 정밀한 도구를 갖고 있지 않으며 현재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의 실업률이 높아질 리스크는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3.6%로, 연준은 내년 말 3.9%, 2024년 4.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지난주 전망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5년 동안 5% 이상의 실업률 또는 1년 동안 10%의 실업률을 견뎌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파월 의장은 “공급망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 측면이 제대로 돌아가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매우 불확실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파월의 이날 자세는 연준 정책과 방향에 자신하면서도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여지를 남기는 모습이 뚜렷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잘못’ 말했다가 호되게 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