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특정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사회적인 관심이 쏠릴 때마다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수사단(합수단)’을 설치하곤 했다. 과거 출범한 많은 합수단들이 전폭적인 성과를 내긴 했지만 일부는 ‘성과 부풀리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검찰이 23일 출범 계획을 밝힌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은 8년 전 한차례 만들어진 합수단과 비슷한 모양새다. 2014년 당시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이 이어지고 유출정보를 악용한 사례들이 드러나며 합수단 설치에 힘이 실렸다. 그렇게 꾸려진 ‘개인정보범죄 합수단’은 검사 7명, IT전문 수사관 35명, 경찰관 12명, 그 외에 금감원과 국세청,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각 부처의 전문가까지 모여 총 70명 규모로 운영됐다.
당초 활동 기간을 1년으로 정해두고 출범했으나 활동 기한 만료를 앞두고 보이스피싱 수사에 집중하기 위해 1년 더 연장했다. 보이스피싱 총책 등 윗선을 추적하고 전체 범행 규모와 조직 계파별, 역할별 공범을 찾는 수사에 집중했다. 당시 합수단 분위기를 잘 아는 한 검사는 “이후 수년 동안 합수단 활동 기한을 연장하다가 2018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력을 집중시켰고, 그렇게 개인정보범죄 합수단은 조용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은 2014년 꾸려졌다. 당시 군과 일부 민간기업의 유착으로 방위사업청 주도로 연구개발 등 방산비리가 드러났고 이로 인해 국고손실과 국방력이 악화됐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검찰은 군 검찰, 감사원 등이 참여하는 방산비리 합수단을 구성했다. 합수단은 검사 18명과 수사관 41명, 국방부‧경찰‧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직원 46명을 포함해 총 105명 규모, 4개팀으로 꾸려졌다.
방산비리 합수단은 세간의 관심을 모으며 출범했지만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받았다. 합수단은 출범 1년 6개월여 만에 장성급 11명과 영관급 장교 31명 등 63명을 기소했다. 여기에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과 최윤희 전 합참의장 등 거물급 인사가 포함됐지만, 이후 재판에서 줄줄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이 자체 수사로 혐의점을 적발해냈다기 보다는 감사원 등에서 이미 문제가 됐던 사안을 무리하게 확대하며 좌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2011년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부실 원인과 대주주, 경영진 등 형사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꾸려졌다. 금조부‧특수부 검사 10명과 수사기관, 유관기관 직원 등 총 80명으로 구성됐다.
저축은행 합수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박지원‧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 등 정관계 인사 21명을 기소했다. 이밖에도 정관계 인사 등 137명의 혐의를 규명해 62명을 구속기소, 75명을 불구속기소 하고 비리 관련자들로부터 6564억3100만 원의 재산을 환수하는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정치권에서 외압이 들어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단장이었던 권익환 검사가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최운식 검사가 후임으로 오기도 했다.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2013년 출범돼 검찰과 금융위, 금감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이 합동해 설치됐다. 출범 이후 9개월 동안 163명을 입건하고 66명 구속, 9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불법 수익 240억 원을 환수조치했다. 또 사채업자 등 47명, 1804억 원 상당의 불법행위 연루 재산을 국세청에 통보하고 과세조치했다.
당시 증권범죄 합수단은 큰 성과를 보였다. 합수단 활동으로 금감원 ‘불공정거래사건 처리건수’가 2012년 대비 31% 감소하고 한국거래소의 ‘불공정거래 예방조치 건수’도 33~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검찰은 서울남부지검을 증권범죄에 대한 ‘중점검찰청’으로 육성하기 위해 증권범죄합수단을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전, 증권범죄 수사 전문인력을 배치했다. 주식 등 불공정거래가 서울남부지검 관할인 서울 여의도에서 주로 활동하고 관련 정보 대부분이 여의도에서 생성되는 만큼 증권범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020년 “금융을 잘 아는 죄수를 활용해 불법 수사를 하는 곳”, “부패범죄의 온상”이라며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했으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증권범죄 대응을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합수단을 다시 부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