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150년 전으로 돌아가…국가·법원에 슬픈 날"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한 '로 및 플랜드페어런트후드 대 케이시(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24일(현지시각) '로 대 웨이드 판결'과 관련해 "헌법은 낙태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헌법의 어떤 조항도 그런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해당 판결은 기각돼야 한다"며 "낙태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에게 반환된다"고 설명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3년 1월 22일 미국 대법원이 내린 기념비적인 판결로 임신 후 첫 3개월 동안에는 어떤 이유로든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후 3개월간은 각 주가 산모 건강 보호 등을 위해 일부 규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마지막 3개월은 산모 생명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낙태를 할 수 없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4개 주를 제외하고 텍사스를 포함한 30개 주에서 낙태를 전면 금지했다.
텍사스 주에 사는 노마 맥코비는 1969년 원치 않는 임신을 했지만 가난으로 낙태가 허용되는 다른 주에 가서 시술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그는 '제인 로'라는 가명을 사용해 댈러스카운티의 웨이드 지방검사장을 상대로 텍사스 주의 낙태 금지 법이 미국 수정헌법에 보장된 자신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관들은 7대 2로 로(맥코비)의 손을 들어주며 "(낙태를 전면 금지한 당시)텍사스주 법 조항이 수정헌법 14조에 의해 보장된 사생활에 관한 여성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보수 진영의 반발을 끊임없이 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잇따라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낙태 금지에 찬성하는 보수의 반격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고, 이번 미국 대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사회적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 대법원 판결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주법으로 낙태가 불법이었던 1800년대로 돌아간 것이다.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며 "국가와 법원에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의회가 연방 차원의 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 내 흑인 의원 모임은 낙태권 접근이 전례 없는 공격을 당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맞서 낙태 금지를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을 따른 것이자 오래전에 했어야 할 권리를 되돌려주는 것"이라며 "결국에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용감하고 옳은 판결이라면서 "헌법과 사회의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역사적 승리"라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