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至聖).'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그렇다. 그는 시대의 지성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전 장관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호기심’일 것이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했고,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했다.
특히 인간을 향한 그의 호기심은 유난히 각별했다. 이 전 장관의 마지막 육필 원고를 토대로 만들어진 ‘눈물 한 방울’은 인간과 인간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에 관한 책이다. 2019년 10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노트에 손수 쓴 마지막 글을 정리한 책이 바로 ‘눈물 한 방울’이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갔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이 전 장관의 책 ‘눈물 한 방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 전 장관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남편이 이 책을 쓸 때, ‘삶에 있어서 눈물의 의미가 뭔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에게 줄 수 있는 게 뭔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셨다. 죽음은 혼자 가야 하는 외로운 길인데, 삶은 그렇지 않다. 삶을 살아가면서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누군가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관장의 말처럼 그는 이 책에서 더불어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나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전 장관은 언어가 아닌 마음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눈물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희망의 씨앗이라고 봤다.
죽음을 앞둔 한 지식인의 고독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 전 장관은 “많이 아프다. 아프다는 것은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이 신호가 멈추고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것이 우리가 그처럼 두려워하는 죽음”이라고 적었다.
또 책에는 클레오파트라, 이상, 쇼팽, 공자 등 동서고금의 이야기들이 저자의 독창적인 생각과 만나 다양한 형식의 글과 그림으로 형상화돼 있다.
이번 책에 실리지 못한 나머지 육필 원고 역시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 전 장관의 아들인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연구소장은 “아버님이 굉장히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글을 쓰셨다. 그걸 다 종합해서 순서대로 복원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 작고 1주기를 맞아 아버님의 서재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