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왜곡돼 제 기능 어려워
완화된 통화정책으로 엔저, 인플레이션 심화도 겹쳐
일본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4%로 지난해 2~3월의 50.0%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단기채를 제외한 일본 국채 발행 잔액 1021조1000억 엔(9699조3000억 원)인데 그중 일본은행 보유액이 514조9000억 엔에 달한다.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비울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대규모 완화를 시작한 2013년 10%대였지만, 완화 정책 장기화와 함께 계속 팽창해왔다.
특히 올해는 해외발 금리 상승 압력을 받아 일본 장기금리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가파르게 늘리고 있다.
일본이 목표하는 장기금리 상한선은 0.25% 수준이다. 6월 들어 현재까지의 매입액은 이미 14조8000억 엔으로 이미 그간 최고치였던 2014년 11월의 11조1000억 엔을 넘어섰지만 장기금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국채 매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6월 말 매입액이 15조9000억 엔에 이를 수 있다. 나아가 국채 보유 비율이 60%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반면 민간 금융기관의 국채 보유 비율은 줄고 있다. 장기금리의 상승, 즉 국채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할 위험을 일본은행이 도맡는 양상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국채 과반을 매입하는 이상 사태가 계속되면 왜곡이 깊어져 시장 본래의 기능이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해외 중앙은행의 국채 보유 비율과 비교해도 일본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말 기준 국채 보유 비율은 20%대로 6월부턴 양적 긴축에 돌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30%대 비율로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은행의 완화 정책이 야기한 역사적인 엔저로 인해 인플레이션까지 심화되고 있다. 일본과 해외 각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6월 들어 24년 만의 최저 수준인 136엔대까지 떨어졌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이 국채 비율을 높여 재정 적자를 메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에 의존하는 경제 정책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도 통화 정책에 기대기보다 수익력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