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이 29일 취임 4년 차를 맞는다. 구 회장의 경영 색깔과 철학은 뚜렷했다. '실용주의'와 '고객가치'이다.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LG그룹을 미래지향형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오랜 부진에 시달리던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했고 인공지능(AI), 배터리, 전장(자동차 부품) 등 신사업에는 더욱 힘을 실었다.
LG전자는 2019년 2월 연료전지 자회사인 LG퓨얼시스템즈를 청산했다. 같은 해 4월 LG디스플레이는 LG화학으로부터 인수했던 조명용 올레드 사업에서 손을 뗐다. LG화학은 2020년 6월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사업을 매각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4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했다. MC사업부는 2015년 2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만 5조 원에 달하자 구 회장은 과거 초콜릿폰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라는 상징성보다 실리를 택했다.
LG전자는 올해 2월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밀려 적자를 이어가던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 철수했다. 증권가에선 장기적으로 5000억~8000억 원의 경영상 이득이 있을 것으로 봤다.
구 회장은 인수·합병(M&A), 공장 신증설 등을 통해 신사업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러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그룹 주요 7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2019년 4조6000억 원에서 2021년 15조8000억 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LG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만 106조 원을 투자한다. LG그룹은 가전 등 기존 주력 사업에 63조 원을, 배터리ㆍ배터리 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AI,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등 미래성장 분야에 43조 원을 각각 투입한다. 미래성장 분야 투자액 중 절반에 가까운 21조 원은 연구ㆍ개발(R&D)에 투자한다. LG그룹은 기존 주력 사업을 포함해 전체 투자액 중 48조 원을 R&D 부문에 투자해 국내를 R&D 핵심기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구 회장이 4년 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함께 공을 들인 일은 고객가치 경영이다. 고객가치가 없이는 LG가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LG전자 베스트샵, LG유플러스 콜센터와 같이 다른 총수들이 잘 찾지 않는 최일선 고객접점 현장을 방문해 구성원들을 응원하고, LG의 혁신상인 'LG 어워즈'는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남다른 혁신을 이룬 구성원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구 회장은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발전되고 구체화한 고객가치 경영철학을 구성원들에게 알렸다. 구 회장의 경영 행보에 구성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속과 조직, 보직에 무관하게 ‘고객’을 이야기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구성원들의 달라진 마음가짐과 함께 조직 체계도 고객중심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생활가전, TV, 전장 등 주요 사업부에 있는 ‘상품기획’ 관련 조직 명칭을 모두 ‘CX(Customer Experience)’로 바꾼 것도 ‘고객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산다’는 고객 관점의 사고가 반영된 결과다.
구 회장 취임 후 LG 계열사들은 고객가치 혁신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조직을 강화해왔다.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전사적으로 필요한 과제를 발굴해 개선하고, 주요 부서 간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조직을 중심으로 LG 계열사들은 고객가치 실천을 위한 체계를 갖춰나가고 있다.
LG 계열사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후 큰 변화 중 하나는 직원들의 사고방식"이라며 "조직문화가 고객 중심으로 변화하니 사업적인 측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