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들이 가격 상한제 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원유 시장의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실제 추진에 난관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이번 G7 정상회의를 주재한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정상회의를 마치고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는 매우 과격한 조치로 많은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G7 정상들이 가격 상한제 의도에 공감하고 이를 추진하는 데 합의했지만, 쉽지 않은 일임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이 적극 추진한 가격 상한제는 수입 금지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러시아 원유의 시장 공급은 허용하면서 러시아의 수익을 제한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문제는 가격 상한을 어느 선에서 결정할지와 이를 적용하는 방식에 있다.
우선 G7과 유럽연합(EU)은 가격 상한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생산 가격보다는 높지만 과도하지 않은 선에서 조정될 수 있다고 본다. 러시아가 수출 자체를 포기하지 않을 만큼의 유인을 제공하되 수익이 많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격 상한제는 인센티브 형식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 상한제를 지킬 경우, 러시아산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에 보험 제공 금지를 해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EU는 이달 러시아산 석유를 실은 유조선에 대한 보험 제공을 금지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세계 해상보험 허브인 영국도 보험 제공 금지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EU와 영국의 보험사는 석유 시장에서 필수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어떤 국가도 이들 없이 러시아 원유를 해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이를 이유로 G7은 원유 수입업체와 배송업체들이 가격 상한제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산적하다. RBC캐피털의 원유 전문가 헬리마 크로프트는 “러시아가 타격을 입을 정도로 원유 가격 상한을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EU 27개 회원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러시아가 보험 제공 금지를 우회할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 국적 선박의 글로벌 항구 출입이 금지됐지만 인도와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 러시아가 국적 선박이 아닌 민간 선박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런던 시장의 보험사들도 가격 상한을 초과하는 화물에 보험 적용을 금지하는 메커니즘에 우려를 표명했다. 보험사들이 화물의 매매 가치를 파악하는 게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석유업체들도 회의적이다.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유가를 조정하려는 시도가 복잡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할지 모르겠다”며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건 시장”이라고 말했다.
더 큰 우려는 러시아가 더 빠르게 움직여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달 들어 유럽 가스 공급량을 대폭 줄인 러시아가 아예 벨브를 잠가버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