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억만장자 배출 못하는 등 부 창출 실패
신성장 동력·혁신 부재…중국 지나친 통제로 ‘금융허브’도 흔들
홍콩 정부 재정 3분의 1, 부동산 관련 수입 의존
홍콩 정부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홍콩을 방문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시 주석의 홍콩 방문은 집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로 2017년 홍콩 반환 20주년 행사 이후 5년 만이다. 또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중국 본토 밖으로 나가는 것이어서 그만큼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선출된 신임 홍콩 행정장관 취임식에도 참석한다. 앞서 지난 5월 홍콩에서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했던 존 리 홍콩 보안국장이 행정장관에 당선됐다.
홍콩은 시 주석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홍콩 도심 곳곳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홍콩 특별행정구 구기(區旗)가 여기저기 걸렸다. 보안을 위해 시 주석 예상 동선과 그 일대의 도로는 물론 일부 대중 교통시설을 폐쇄하고, 도시 전역에서는 드론이 금지된다. 중국도 홍콩 반환 25주년을 앞두고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축제 분위기에도 당장 성장동력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기 1년 전인 1996년 리자오지와 리카싱 등 2명의 홍콩 재벌은 처음으로 세계 최고 부호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억만장자 명단에 신흥 홍콩 부호들의 이름은 거의 찾을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과 금융에 이은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진단한다. 싱가포르가 스타트업 허브로 발돋움한 사이, 홍콩은 본토의 통제력이 커지면서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마저 흔들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의식한 듯 리 신임 행정장관도 경제의 금융과 부동산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홍콩을 ‘혁신 허브’로 만들고 서민의 열악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홍콩이 ‘토지 공개념’을 채택, 모든 땅을 경매에 부쳐 민간에 일정 기간 임대하기 때문에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콩 정부의 재정은 3분의 1이 토지사용료 등 부동산 관련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나티시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홍콩의 부동산 문제는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며 혁신 부재의 원인”이라면서 “정부 자체도 토지 경매 수익에 의존하기 때문에 집값이 내려가는 것에 관심이 크게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