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나머지는 다 오른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난,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의 흉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며 말 그대로 ‘안 오르는게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식사값, 커피값 등이 줄줄이 오르자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은 편의점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없는 게 없는’ 편의점의 특성에 최근 먹거리들의 품질까지 크게 높아지며 부담없이 한끼 식사에 커피까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밥보다 필수로 찾는 커피는 하루에 2~3잔은 기본으로 마시다 보니 어느 품목보다 가격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데요. 편의점들은 알뜰 고객들을 선점하기 위해 각 사별로 자체 커피를 개발하고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커피전문점들의 커피 가격이 아메리카노 한잔에 4000~5000원에 달하는 반면 편의점 커피는 1500원이 되지 않습니다.
가격이 싸다고 맛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최근 고가의 커피머신 도입, 원두 관리 강화 등으로 맛도 꽤 좋아졌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평가입니다. 최근 사단법인 한국커피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연합회 소속 세 명의 전문 바리스타가 진행한 커피 블라인드 평가에서 GS25의 아메리카노 커피가 7.67점(12점 만점)을 얻어 1위에 올랐습니다.
이 평가는 편의점 4개사(세븐일레븐, 이마트24, GS25, CU)와 커피전문점 4개사(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메가커피)를 대상으로 해서 화제가 됐죠. 향, 신맛, 쓴맛, 후미 등 네 가지 항목을 브랜드를 가린 채 평가했고 평가 대상은 연합회에서 임의로 선정했습니다.
특히 GS25의 커피는 투썸플레이스(7.17점·3위)와 스타벅스(6.50점·5위)를 따돌리고 가장 좋은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평가가 끝난 후 GS25가 주관해서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뒷말도 나왔지만 바리스타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테스트에서 1등을 자치한 GS25의 커피 '카페25'는 2015년 말 PB원두커피로 출시됐습니다. 가격은 싸지만 맛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게 GS25의 주장인데요. GS25는 세계적인 커피머신 제조사인 스위스 JURA(유라)에서 제작된 약 1300만 원의 프리미엄 커피 머신을 사용합니다.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도록 물 양과 추출 시간이 자동 조절되며 저가 머신과 다르게 에스프레소와 뜨거운 물이 별도 관을 통해 합쳐지는 바이패스(Bypass) 기능이 있어 커피의 떫고 쓴맛을 감소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이것이 원두커피의 맛을 더욱 살려줍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다 보니 메뉴 종류도 아메리카노, 카페라떼를 포함해 20여 종에 달합니다.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지만 가격은 1200~2500원에 불과하죠. 카페25는 현재 1만2000여점에서 운영 중이며 원두커피 장비는 모두 본사에서 지원합니다.
커피 원두도 세계적 유명 산지의 원두로 블렌딩됐습니다. 올해는 원두 리뉴얼 블렌딩을 진행해 △콜롬비아 △과테말라 △브라질 △에티오피아 등 4개 유명 커피 산지의 원두 배합을 5개월여의 기간 동안 재조정해 로스팅의 풍미와 깨끗한 뒷맛을 강조했고, 균형 잡힌 산미를 더했습니다. 포장을 개봉한 원두가 추출 머신에 담겨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딱 10잔 분량인 200g 단위로 소포장하는 정성도 들였습니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카페25의 커피는 6월(1~28일)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는 34%, 전월에 비해서도 27.2%의 신장세를 보였습니다.
GS25와 편의점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CU에게도 PB커피는 효자 상품입니다. CU의 원두커피 ‘GET 커피’는 컵얼음에 이어 CU의 전체 상품 판매량 순위 2위에 올라 있는 베스트셀러입니다.
GET 커피의 연도별 매출신장률은 2019년 31.2%, 2020년 15.7%, 2021년 11.3%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1~5월)도 21.2% 두 자릿수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GET 커피는 열대우림동맹(Rain Forest Alliance) 인증을 받은 친환경 원두만 사용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는데요. 열대우림동맹 인증이란 엄격한 규정을 통해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는 농장에서 안정적인 삶을 보장 받는 노동자가 키워낸 원두에만 부여된다고 합니다.
GET 커피는 달콤한 향의 콜롬비아산 원두와 쌉싸름한 산미를 가진 탄자니아산 원두를 7:3의 황금비율로 분리 로스팅한 후 블렌딩해 깊고 부드러운 향의 다크초콜릿 맛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모든 원두는 생산지에서 핸드피킹(Hand Picking) 방식으로 수확되며 기계가 아닌 수세식 공정을 거쳐 더욱 깨끗하고 부드러운 원두 품질을 보장합니다.
로스팅 방식 역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커피 맛을 내는 씨티 로스팅을 거칩니다. GET 커피 머신은 고압력(19bar 이상)의 브로어 기능으로 빠르고 강하게 커피 원액을 추출해 진한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습니다. 연속 추출 기능으로 10잔 이상의 커피를 내려도 고품질의 커피 맛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하네요.
경쟁사들의 견제에 CU는 GET 커피의 브랜드, 원두, 커피머신 등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CU는 지난해부터 GET커피 TF팀을 만들어 커피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협력사 등과 함께 최고의 커피 맛을 구현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CU는 GET 커피를 내리고 난 뒤 남는 커피 찌꺼기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커피박(粕) 데크(Deck)를 업계 최초로 시범 도입하며 자원 선순환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GET 커피를 통해 생기는 커피 찌꺼기는 연간 약 1700톤 규모로, 수거된 모든 커피 찌꺼기가 재활용된다고 가정할 시 총 574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의 즉석원두커피는 1000원대 가격 경쟁력과 전문점 못지 않은 고품질로 전 연령층에 사랑받는 인기 상품으로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만큼 품질 업그레이드와 함께 환경 부담은 최소화해 고객의 만족도는 더욱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편의점들도 마찬가지로 PB커피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는 2015년 1월 출시된 편의점 원두커피 브랜드의 원조입니다. 지난해에만 8500만 잔이 판매됐으며, 누적 판매량이 3억5000만 잔을 넘었습니다.
세븐카페는 국내 편의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전자동 ‘드립 방식’ 추출 커피가 특징입니다. 고압 스팀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방식이 아니라 종이 필터를 이용해 한 잔씩 내리는데요. 드립 방식의 커피는 오일 성분이나 미세한 입자들이 필터에 걸러지면서 더 깔끔한 맛을 냅니다.
또한 최상의 커피 맛 구현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설비를 갖춘 커피 전문업체에서 블렌딩한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고 있으며, 600도 이상 고온의 열풍으로 균일하게 로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핫커피와 아이스커피의 원두 비율을 달리해 최적을 맛을 내는 것도 특징입니다.
세븐일레븐은 모든 원두 이송관에 케이블베이(Cablevey)를 설치해 산소 접촉과 파손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롯데중앙연구소 커피 전문 연구원의 품질 관리를 통해 최상의 맛 역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마트24 이프레쏘 원두커피는 2017년 론칭 초기부터 최고 등급의 싱글오리진 원두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여러 원두를 혼합한 블렌딩 커피와 달리 단일 원산지의 원두만을 사용한 싱글오리진 커피로, 깔끔한 맛이 특징입니다. 이마트24 역시 바이패스 기능 등이 탑재된 1000여만 원에 달하는 이탈리아 명품 커피 머신 ‘세코(saeco) 그랑 이데아’를 통해 최고등급의 싱글오리진 원두로 추출해 진한 풍미가 특징입니다.
이마트24의 이프레쏘는 지난 해 총 5000만 잔이 팔렸고, 매년 매출액이 40%씩 성장하며 이마트24의 대표 PB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편의점 PB커피가 인기를 끄는 것은 싼 가격 때문만이 아니라 이처럼 막대한 투자를 통한 고품질 전략이 한몫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미 알뜰족들은 연간 수천만 잔의 PB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도 알수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 맛과 품질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편의점 커피 한잔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