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ㆍ목재ㆍ나프타 등 급등…정부 "무역금융 40조 확대"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국내 중소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자금력과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속수무책 상태다. 정부와 중소기업계가 글로벌 자원 부국들의 자원 무기화와 공급 충격 등에 대응할 수 있게 수입 통로 다변화와 재고 비축, 핵심 기술 국산화 등을 모색해야 할 전망이다.
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이달 경기 전망이 전월보다 악화할 것으로 봤다. 지난달 총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서 업황전망지수가 81.5로 전월 대비 4.6포인트(P) 하락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5월(87.6) 최고치를 찍었지만 두 달 연속 하락세다. 낙폭은 전월(1.5P)보다 더 컸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과 세계 경기 둔화 우려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약화된 영향이다.
반면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올들어 급격히 뛰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올해 초 80달러 안팎 수준이었지만 지난 2월 말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인 3월 9일 127달러를 찍었다. 지난 1일 기준 두바이유는 106달러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목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제 펄프 가격은 연초 대비 43.7% 뛰었고, 유가 급등에 플라스틱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은 12%가량 올랐다.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은 4.5% 가량 상승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톤당 116달러로 하락하는 추세지만 저점을 찍었던 작년 11월(87달러) 대비 33.3% 높다.
곡물 가격 오름세도 가파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밀, 옥수수, 대두 가격의 지난달 말 기준 가격은 연초 대비 각각 14%, 26%, 24%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비료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데다 전쟁으로 곡물 공급량이 급감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약 10% 상승할 때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0.8% 가량 감소한다고 보고 있다. 자금력이 약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하거나 가격 경쟁력 우려에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출 규모가 작을수록 원자재 가격 상승의 충격파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들은 경영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최근 조사에서 국제 곡물가 급등에 경영이 악화됐다고 답변한 중소기업은 10곳 중 8곳(82.6%)에 달했다.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곳은 74%에 육박한다. 건설, 식품, 전기, 석유·화학, 플라스틱·고무, 목재 관련 업계 등 곳곳에서 경영난을 우려하고 있다.
송영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데다, 현재 수준이 장기화하면 소규모 및 주요 업종의 중소기업 영업이익은 10~15%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정부가 공급망 리스크 확산 및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 대응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안정적 원자재 확보와 수익성 방어를 위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중소기업계에 물류비 등을 지원하며 부담 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3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수출 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한 무역금융을 올해 당초 계획보다 약 40조원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 물류비 지원, 임시선박 투입, 중소화주 전용 선적공간 확대, 공동물류센터 확충 등 중소 수출업계의 물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