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석좌교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하를 찬성하는 측은 무엇보다도 투자확대 효과와 국제경쟁력 문제를 들고 있으며, 반면 반대 측은 세율이 투자수준에 미치는 효과는 불분명하며 오히려 기업들이 상응하는 세부담 증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맞는가 하는 논의는 잠시 접어두고 왜 이와 같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이를 법인세의 과세베이스인 기업 이윤의 본질로 설명한다. 이때 기업의 이윤은 이른바 ‘회계상 이윤’인데, 이는 경제학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경제적 이윤’과 다르다. 일단 이 경우 법인세의 과세베이스는 결국 자기자본에 귀속되는 (요소) 소득이 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쉽게 도출할 수 있는 결과이다. 따라서 현실의 법인세는 경제적 이윤에 부과되는 세금이 아니라 자기자본이라는 생산요소에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것이다.
이 차이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만약 법인세가 순수한 이윤세였다면 이 세금의 부과는 기업의 행태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윤 극대화의 생산수준은 세금의 존재와는 무관하게 주어진 생산기술, 시장구조 등에 의해 결정되어 있고, 따라서 세금이 부과되어도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수준, 투자규모를 바꿀 이유가 없다. 그런데 법인세의 본질이 (부분) 요소세가 되는 순간 이 결론은 바뀐다.
법인세가 자기자본이라는 생산요소에만 부과되기 때문에 이 세금에 의해 자본의 세후수익률(즉, 기업에 실제 귀속되는 수익률)이 낮아지면 기업은 당연히 투자를 줄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물론 생산량과 기업 이윤도 줄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본이 줄어들면 노동의 생산성이 떨어지므로 고용이 줄어든다. 이것이 바로 법인세 인상의 노동에 대한 전가라는 현상이다.
물론 법인세율 인하는 단기적으로 세수를 감소시킬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인 이윤(과세베이스) 증대에 의한 세수증대 효과가 이런 세수감소를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효과가 클 것인가 하는 것도 실증분석에 의해 구명될 것이다.
다른 세목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법인세율의 인상은 이와 같이 복잡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이의 효과에 대해 정확한 파악이 되어야 법인세율 변화의 타당성이 검증될 수 있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변화의 시작은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투자의 변화이므로 이것이 얼마나 큰 규모로 변화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인데 이의 파악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전문가들의 실증분석 결과가 엇갈리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쨌든 법인세율의 인상이 투자를 감소시킨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하겠다. 특히 오늘날 선진경제는 거의 완전한 개방이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한 나라만의 세율인상은 즉각적인 자본의 해외유출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다음으로 법인세는 부유층에 대한 과세라고 생각하기 쉽다. 과연 그런가? 법인세를 납부하고 난 후의 세후 기업수익은 미래의 투자를 위한 사내유보로 남겨지거나 주주에게 배당이 된다. 주주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이므로 법인세는 소득 재분배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전술한 조세 부담의 전가를 생각해 본다면 이의 부담은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 그리고 변동된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들도 함께 지는 것이다.
이 점은 미국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가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법인세가 인기가 좋은 이유는 이 세금을 부유한 기업들이 부담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데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세금을 부담하는 소비자나 근로자들은 부자가 아니다. 법인세의 진정한 귀착이 보다 널리 알려진다면 이 세금의 인기는 하락할지도 모른다.”
세율은 상황에 따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현재의 법인세율을 다시 인하하는 데 찬성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위에 설명한 투자결정과 세부담 전가에 대한 이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