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20대 여성이 실종됐습니다. 직장인 김가을 씨는 지난달 27일 강남에 위치한 직장에서 퇴근한 후 미용실에 들렀는데요. 같은 날 밤 11시쯤 가양역 인근 CCTV에 포착된 걸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김 씨의 가족은 직접 전단지를 만들고 사례금까지 걸어 김 씨를 찾고 있는데요. 그는 163cm 키에 마른 체격이며 헤어스타일은 숏컷을 하고 있습니다. 실종 당시 김 씨는 베이지색 상의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고, 장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왼쪽 팔에는 타투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경찰이 아닌 김 씨의 가족이 전단지를 만들어야만 했을까요? 현행법상 ‘성인 실종’을 적극적으로 수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종 성인에 대한 법률적 공백 문제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지적 장애인, 치매 환자는 실종 발생 신고가 접수됐을 때 경찰이 지체 없이 수색 또는 수사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위치추적 등을 통해 강제로 소재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성인은 예외입니다. 18세 이상 성인의 경우 실종 신고를 해도 범죄 혐의점이 없으면 ‘가출인’으로 등록됩니다. 자발적 가출인 경우가 많고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최근 조유나 양 일가족 실종 당시 유나 양 부모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경찰은 성인의 실종 신고에 대해 우선 ‘가출인’으로 분류하고 소재 파악 및 범죄 관련 여부 확인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체계적인 수사 등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입니다. 개인정보를 활용한 신속한 수색이 어렵고, 매뉴얼도 부재해 초동 조치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성인 실종 문제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월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성인 실종신고는 총 6만6천259건으로, 이 중 931명은 찾지 못했습니다. 같은 해 접수된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는 총 2만1379건으로, 이 중 79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성인 실종신고가 약 3배, 미발견 사례는 12배가량 많은 셈입니다.
법률 공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2015~2019년 5년 사이 찾지 못한 성인 가출인은 3743명에 이릅니다. 성인실종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실제로 ‘실종아동법’ 대상에 18세 이상 성인을 포함하기 위한 법제화 노력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실종자수색·수사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일명 ‘실종자패키지법’을 내놨습니다. 수색·수사 대상인 실종자 범위에 성인 실종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성인 실종 이유의 비자발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범죄 수사 목적 외의 실종 성인 수색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2월 ‘실종성인의 소재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실종성인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경찰이 실종성인 발생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수색 또는 수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인데요. 해당 법안은 다른 현안에 밀려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황입니다.
실종자를 찾는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은 실종자가 아동이든 성인이든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가양역에서 실종된 김 씨의 언니는 전단지를 통해 “소중한 제 동생이다. 꼭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 씨가 하루빨리 안전하게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