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 지급정지 '합헌'"

입력 2022-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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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게티이미지뱅크)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가 피해구제 신청을 하면 사기에 이용된 계좌를 지급정지하고, 계좌 명의자의 전자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A 씨가 지급정지 관련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 제1항 제1호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전자금융거래 제한 관련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 1항과 3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A 씨는 온라인에서 B 씨 명의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성명불상자에게 문화상품권을 판매하고 자신의 계좌에 판매대금 82만여 원을 B 씨 명의로 입금받았다. A 씨는 B 씨와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줄 알았으나 사실은 보이스피싱 수법에 넘어간 피해자가 B 씨 명의로 A 씨 계좌에 송금한 것이었다.

피해자는 송금 직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금융사에 피해구제신청을 했고, 은행은 A 씨 명의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한 뒤 금융감독원에 통지했다. 금감원은 A 씨를 ‘전자금융거래제한대상자’로 지정해 금융사에 통지했다. A 씨는 본인 명의로 개설된 모든 금융사 계좌에 대한 전자금융거래가 금지됐다.

A 씨는 문화상품권 판매대금으로 입금받았다고 소명하면서 금융사들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한 은행사는 제한 조치를 해제하지 않았다. 조치가 지연되자 A 씨는 2019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 씨는 “계좌명의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기법이 그 계좌를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정지 및 전자금융거래 제한 조치를 하고 피해금 상당액의 지급정지를 하는 것이 가능한데도 계좌 전부에 관해 지급정지를 하므로 재산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급정지조항은 피해금이 사기이용계좌에서 인출되는 것을 방지해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을 위한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신속히 조치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사기이용계좌에 대해 신속히 지급정지를 하지 않는다면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인한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우므로 사기이용계좌에 대해 신속히 지급정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인은 동일 계좌를 이용해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를 실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사기이용계좌 전부에 관해 지급정지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사후적으로 사기와 무관함이 밝혀진 계좌 명의인의 재산권이 일시적으로 제한되는 측면은 있으나 제한의 정도가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구제하려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며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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