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죽는다!”
조직 생활의 바이블은 필요 이상으로 튀면 안된다는 점이다. 기업이 원하는 ‘창의적’, ‘혁신적’ 인재는 조직이 허용하는 범위까지라는 슬픈 현실은 한국의 취준생,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이런 현실에 반기를 들며 개성을 끝까지 밀어부쳐 업계 마케팅 판도를 바꾼 사람이 있다. 유명 아이돌 댄서 경력을 살려 업계 최초로 콘서트를 기획하고, 래퍼가 만든 소주까지 오프라인 단독으로 끌어들인 한동석(41) GS리테일 마케팅팀 매니저가 주인공이다.
한 매니저는 ‘본투비 핵인싸’다. 초, 중, 고교 학창시절 내내 단 한 번도 반장을 놓쳐본 적이 없는 그의 필살기는 춤이었다. 운동회, 수학여행 장기자랑 때 항상 무대에 올라가 춤을 췄고 대학에서는 힙합동아리에서 활동했다. 한 매니저는 “송파구 중고등학교 댄스 경연대회에 나가 상도 탈 만큼 춤에 푹 빠져 살았다”라면서 "대학에서도 동아리 대회에 나가면 늘 우승했다”라고 회상했다.
아이돌그룹 H.O.T 출신 장우혁의 전속 댄서로도 활동하던 그는 2007년 부모님 권유로 GS리테일에 입사했다. 끼 많은 그의 개성이 드러난 첫 순간은 게임회사와 컬래버 마케팅을 시도할 때였다. 그는 “당시 편의점 마케팅은 판촉물, 매표 정리 등 업무가 대부분 루틴했다”라면서 “게임회사에서 제안이 오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지금은 게임 컬래버가 흔하지만, 그땐 아니었다.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었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성사시켰고 이후 애니팡 등 줄줄이 제의가 오더라”라고 했다.
회사 창립기념일에 ‘클럽 파티’를 열자는 발칙한 제안을 한 것도 그였다. 현재 대표적 여름축제로 자리잡은 GS25 뮤직&비어페스티벌(뮤비페)가 탄생한 순간이다. 한 매니저는 “GS25의 25주년 기념행사로 생일 파티를 클럽에서 멋지게 열자고 했다가 분위기가 싸해졌다”라면서 “낙담하는 찰나 대표님이 좋게 봐주셨다. 바로 추진됐다”라고 했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전권을 다 달라고 한 것.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고, 강남 유명 클럽 옥타곤에서 성황리에 마친 ’생일파티‘는 지금까지 뮤비페로 명맥을 잇고 있다.
한 매니저는 수백 명을 줄 세운 주류 인싸템 ‘박재범 원소주’를 GS25 편의점에 오프라인 단독 입점을 성공시킨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그는 “박재범 원스피리츠 대표가 첫 만남에서 내게 처음 한 말이 ‘주변 댄서 친구들이 매니저님 많이 알던데요?’였다. 춤이라는 교집합이 있다 보니 예감이 좋았다”라면서 “원소주에 어필하기 위해 업계 내 경쟁이 치열했던 걸로 안다. 전통주 홍보를 K문화로 접근한 데 대한 공감대가 있었고, 뮤비페 개최도 좋게 봐줬던 것 같다”라고 했다.
복장자율화 첫날부터 페도라를 쓰고 나타나는 등 누가 봐도 튀는 직장인인 그는 ‘DS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사내 유명인사다. 그가 구상하는 다음 아이템은 뭘까.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오프라인 페스티벌을 기획을 못한 점이 아쉬웠다”라면서 “원소주, 뮤비페처럼 주류와 관련된 문화행사를 구상 중이다. 두근두근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