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미만 후보자 사상 최대 416명 출마, 이중 20대 이하 당선인 총 82명, 10대 비례대표 당선인 1명.
올해 6·1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결과물입니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지방선거 출마 최저 연령을 기존 만 25세에서 18세로 낮추면서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운 겁니다. 5060 세대가 주류인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청년정치 시대의 포문을 연 역사적 일획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본격적인 출발을 하기도 전에 청년정치 위기론이 부상했습니다. 외신마저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과연 청년정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NYT는 한국 청년정치의 가장 큰 장벽으로 ‘기성 정치인 중심적인’ 정치 생태계를 꼽았습니다. 정치권이 5060세대 정치인들 위주로 돌아가는 탓에 청년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장유유서’로 대표되는 유교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한 정치판에서 젊은 후보자들은 ‘경험 없고’ ‘속기 쉬운’ 사람으로 치부된다는 것이죠.
NYT는 “이런 분위기는 젊은 후보들이 주요 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을 더 어렵게 하고, 출세하려는 젊은 후보들이 당직자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도록 만들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 입문하고자 하지만, 5060 정치인들에 휘둘리며 선거 공천을 받으려고 애써야 하죠.
실제 올해 지방선거에는 전국 광역·기초의원에 무려 7명의 10대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겨우 1명이 당선됐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기초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한 천승아(19) 국민의힘 후보만 당선된 것이죠. 여전히 정치권 입성에 성공한 청년 정치인 비율은 극히 일부에 그친 것입니다.
청년정치의 아이콘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에 이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잇따른 낙마에 한국 정치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분위기인데요. 두 사람 모두 ‘최연소’, ‘0선’ 등의 타이틀과 함께 정치판에 화려하게 등판했지만, 기성 정치인들과의 갈등 끝에 연이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이후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재기를 모색하는데요. 이 역시 기득권 세력에 가로 막혔습니다. 민주당 비대위가 박 전 위원장이 올해 2월 입당해 ‘입당 6개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출마 불허 판단을 내린 겁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지금 저를 계륵 취급한다”고 적었습니다.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내홍도 있었지만, 그가 초보 정치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실체가 불분명한 ‘윤핵관’과의 갈등이 부상하면서 결국 그의 정치 인생에도 치명적 위기가 닥쳤습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그의 성상납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초유의 중징계를 내린 겁니다. 아이러니한 건, 정작 이 대표를 심판대에 올린 ‘성 상납 의혹’에 대한 판단이 아닌,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심판을 받게 됐다는 겁니다.
이 같은 상황에 일각에선 기성 정치권이 청년들을 ‘위기돌파용’으로 기용했다가 소용이 다하자 폐기해버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선거 국면에서는 각광 받다가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기성 정치와 갈등을 빚으며 밀려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여러 우려와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마이크를 주고, 의사 결정 권한을 주는 그런 정치 제도가 더 확산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국민의힘도 그렇고 민주당도 그렇고 선거 때는 2030에 어필하기 위해서 젊은이들 잔뜩 데려다 놨다가 선거 끝난 다음에 다들 어떻게 됐냐”며 “다 찬밥이다. 이번 사태(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불허 조치)는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청년 정치인들의 척박한 현실은 과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청년비례대표로 당선됐던 김광진·장하나 전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박지현 전 위원장에 앞서 역대 최연소 민주당 최고위원에 올랐던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청년정치가 단순히 위기돌파용, 선거용 소모품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정치판에 뛰어든 청년정치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서 메워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