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여파 당분간 침체 지속"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대구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된 분위기다. 청약 시장에서는 대규모 미달 사태가 지속하고 있고, 거래도 크게 풀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공급과잉 등으로 당분간 침체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 자이’는 4~6일 청약 접수 결과 전용면적 114㎡형을 제외한 5타입이 모두 미분양됐다. 이번에 분양물량 전체 399가구 중 269가구를 채우는 데 그쳤다. 범어 자이는 대구 내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 이후 첫 분양 단지라 향후 대구 청약 시장을 전망해볼 수 있어 이목을 끌었다.
규제 완화 이후 미분양이 발생한 건 범어 자이뿐만이 아니다. 수성구 욱수동 ‘시지 삼정그린코아 포레스트’ 역시 4~7일 청약 접수 결과 전 타입이 미분양됐다. 이 단지는 전체 661가구를 일반분양했지만 1·2순위 합산 118명만 접수했다. 전체의 약 82%가 미달한 셈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30일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구에 적용됐던 규제를 5일부터 완화하기로 했다. 주택가격 상승이 낮고, 미분양 증가세가 뚜렷해서다. 대구 동·서·남‧북·중·달서구 및 달성군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고,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됐다. 규제완화를 통해 대구는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되고, 세금이 줄어들게 됐다. 청약요건도 완화된다.
그러나 여전히 대구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아파트 매매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기준 대구 매매수급지수는 77.9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가 되지 않으니 매물도 쌓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9일 기준 대구 아파트 매매 매물 수는 3만3514건이다. 규제 해제 발표가 있던 지난달 30일 3만2247건 대비 1267건 늘었다. 규제 완화가 적용된 5일 3만2607건보다도 907건 많다.
전문가들은 대구의 공급과잉 문제를 부동산 침체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구는 입주나 분양물량이 상당히 많이 잡혀 있어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대구의 입주 예정 물량은 1만9812가구다. 이는 적정 수요인 1만1883가구보다 7929가구 많다. 내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역시 3만3752가구로, 적정 수요대비 약 3배 많다.
여 연구원은 “수성구의 경우엔 규제가 완화됐더라도 여전히 남아 있고, 다른 지역도 규제가 해제됐더라도 당장은 시장이 거래 위축 분위기에서 반전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