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한다. 이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되는 금융위원장이자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되는 네 번째 사례가 될 전망이다.
10일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지금 같은 경제 상황 속에서 민생경제를 위해 챙겨야 할 현안이 많아 더는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윤 대통령이 1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취임식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앞서 지난달 7일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지만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지연되면서 인사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지만 지난 8일을 기해 기한이 만료됐다. 재송부 기한까지 지나면서 윤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을 강행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사례는 없었다. 다만 이번 새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것은 김창기 국세청장,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승겸 합참 의장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1958년생인 김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행정고시 25회 동기다.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초대 금융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 사무처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고 2019년부터 여신금융협회장직을 맡았다. 당국 관료와 금융연구소장, 금융협회장을 두루 거친 만큼 금융정책과 금융시장에 능통한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가운데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을 맡으면서 위험 관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위 사무처장이었던 2011년에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예보 사장을 맡았을 때는 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등의 성과를 내며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이끌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취임 이후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복합 위기 속에서 금융 안정을 챙기는 한편 ‘금산 분리 완화’ 등 강도 높은 혁신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