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소득세의 과세표준과 세율을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지난 15년 동안 과표와 세율이 바뀌지 않아 ‘유리지갑’ 봉급생활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온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근로소득자의 감세를 위한 소득세제 개편안을 이달 중 마련하고 내년부터 적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소득세법은 8단계 과표구간을 두고 6∼45%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연소득 1200만 원 이하 6%, 4600만 원 이하 15%, 8800만 원 이하 24%, 1억5000만 원 이하 35%, 3억 원 이하 38%, 5억 원 이하 40%, 10억 원 이하 42%, 10억 원 초과 45%를 부과한다. 2008년부터 적용한 4단계 세율체계에서 8800만 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세율을 높였을 뿐, 기본 틀이 15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근로소득자의 97%가 해당되고, 저소득층·중산층 대부분이 포함된 연소득 8800만 원 이하 근로자들의 과표구간과 세율이 2010년 이후 계속 고정된 상태다. 그 사이 명목임금이 조금씩 오른 근로자들이 높은 과표구간에 들어가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인플레이션 증세’가 계속돼 왔다. 반면 물가는 계속 상승하면서 결국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소비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봉급생활자들로부터 원천징수한 소득세수 규모가 2008년 36조4000억 원에서 작년 114조1000억 원으로 3배 넘게 불어난 데서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4% 증가에 그쳤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중간층인 3분위 가구(소득 하위 40∼60%)의 지난 10년간 소득은 61.4% 늘어난 데 비해 소득세 납부액이 6.2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분위 가구도 소득 증가 속도보다 세금이 훨씬 가파르게 늘었다. 사실상 편법 증세였던 것이다.
현행 소득세 체계 보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물가와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중산층 세금부담을 키워온 8800만 원 이하 과표구간을 상향 조정하고 세율을 낮추는 것이다. ‘국민 개세(皆稅)주의’와 ‘넓은 세원(稅源), 낮은 세율’의 조세원칙에 따라 지금 근로소득자의 37.2%에 이르는 면세자 비중을 줄이는 근본적인 세제 개편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무섭게 치솟고 이 같은 상승 추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민 생계에 대한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많은 선진국들은 물가에 연동해 소득세 과표구간과 세율을 수시로 조정한다. 실질 세후소득 감소를 방지하고 소비침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우리도 현실에 맞게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과세체계의 탄력적 운용으로 실질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