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경우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11일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미 정책금리가 이르면 7월 말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고공행진 중인 국내 물가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인상이지만 기업과 가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SGI는 국내 정책금리 변동 시 주목해야 할 요인으로 단기적 경기 위축, 기업 금융 부담, 외국인자금 유출 등을 꼽았다.
우선 보고서는 단기적 경기 위축에 대한 가능성을 진단했다. SGI 분석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정책금리를 높이면 경제성장률에서 일부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이를 ‘희생률’이라고 하며 인플레이션 하락에 수반되는 성장 손실의 비용을 뜻한다.
SGI가 과거 물가상승률 둔화기 바탕으로 연구해본 결과 물가상승률 1%포인트(p) 하락시키려면 경제성장률을 0.96%까지 희생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들의 평균 희생률(0.6~0.8)에 비해 다소 높아 국내 경제가 금리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인상 시 기업 금융부담 증가도 우려했다. SGI는 코로나 이후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 국내 한계기업 비중은 16%로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9년 12.4%보다 약 3.6%p 높아졌다.
특히 보고서는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클 것으로 예측했다. 중소기업들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자금조달 시 주식ㆍ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준금리 0.5%p 인상 시 대기업은 1조1000억 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자금 유출 가능성도 고려사항이다. 보고서는 “과거 한미 정책금리 역전기를 살펴보면 내외금리차가 축소 및 역전되더라도 외국인자금은 채권 중심으로 유입됐다”며 “외국인자금은 양국 간 금리 수준 이외에도 환율, 국내경제 펀더멘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SGI는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 이외에 추가적인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서는 정책적 보완 중 하나로 기업의 금융ㆍ조세 부담 완화를 제시했다. SGI는 “최근 기업들이 원자재가격 상승 등 생산비용 부담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마저 높아지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급격한 외국인자금 유출 대비도 주문했다. “미국의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과 국내경제 펀더멘털 약화가 동시에 나타나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며“ ”현재 외환보유고가 충분한지 점검하고 통화스와프 확충 등 외환건전성 유지 노력을 통해 금융불안 가능성 차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장동력 확충 필요성도 언급했다. SGI는 “국내 잠재성장률은 인구구조 변화 영향으로 2021년 2%에서 2030년 1.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금리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중장기적인 성장 정책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