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농산업 제도 개편, 지속가능성 위해 흔들림 없이 추진"
원유(原乳) 가격 결정을 위한 '차등가격제' 도입을 두고 낙농가와 유가공업계, 정부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우유 대란'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 개편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낙농가는 차등가격제를 도입할 경우 공급을 거부한다는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원유 가격은 낙농가와 유가공업계가 통계청의 농축산물 생산비조사 발표 이후 1개월 내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를 꾸려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달 24일 우유 생산비를 전년 대비 4.2% 증가한 리터당 843원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이면 해당 연도에, ±4% 미만이면 2년마다 가격을 정한다. 지난해에는 4%가 넘어 양측은 이달 24일까지 원유가격 조정 협상을 마쳐야 했지만 아직 협상위원회 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차등가격제'다.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가격을 달리 책정하겠다는 것으로 최근 원유 자급률은 계속 하락하는 반면 유가공품 소비가 증가해 외국산 원료 수입이 급증하는 낙농산업을 개혁하겠다는 의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원유 가격은 생산비 증감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비연동제가 적용됐다. 연간 222만 톤 쿼터 범위 내에서 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는 용도 구분 없이 가공업체에 납품됐고, 이를 마시는 우유로 판매하거나 가공해 치즈나 분유 등 유제품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음용유는 리터당 1100원 선에 납품했지만 차등가격제를 적용하면 가공유는 리터당 800원대로 가격이 낮아진다. 정부는 일부 차액을 보존해 준다고 하지만 낙농가는 생산량과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장치라고 반발한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약 5개월 째 여의도에서 차등가격제 도입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승호 협회장은 "정부 말대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실시했을 때 과연 800원에 팔기 위해 우유를 짤 농가가 없다"며 "일시적으로 생산초과분이 나올 순 있지만, 그 가격을 위해 생산기반을 유지할 농가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가공업계는 낙농제도 개편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 가격 협상에 나설 수 없고, 가격 조정이 무산되면 현행 원윳값을 유지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부는 가공유 쿼터량을 늘리는 등 보완책을 제시했지만 낙농업계는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고, 납유거부 등 강경한 대응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도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앞서 10일 지방자치단체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현재의 음용유 중심의 생산으로는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고, 유가공품 시장의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협회의 지역별 집회 등 제도개편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도별 차등가격제 등 낙농제도 개편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