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공정거래위원장(공정위장)은 아직 공석이다. 개정법과 공정위장 성향을 기초로 기업이 법적 대응 방향을 결정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2일 이투데이가 만난 공정거래법 전문가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개정 공정거래법으로 규제가 강화된 측면이 있지만 새 정부의 공정위장은 이에 반대되는 성향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촘촘해진 법에 맞춘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눈여겨볼 점 중 하나는 정보교환행위를 담합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전에도 공정위는 가격을 어떤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정보를 듣고 다른 회사들이 이에 동조하는 등의 정보교환행위를 담합으로 봤다. 다만 법원은 추가적인 증거가 없는 한 정보를 교환했다는 이유만으로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제 법률로써 근거가 생긴 만큼 재판에서 공정위에게 유리한 상황이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백 변호사는 "아무리 경쟁사여도 결혼식 같은 행사에서 만날텐데 그곳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회사에 반영하고 하는 행동이 담합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리스크가 높아진 만큼 기업이 조심해야 되는 부분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공정위 권한이 강해지고 있지만, 적발 이후 절차에 대해서는 정보가 잘 제공되지 않는 점을 백 변호사는 문제로 꼽기도 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후에도 불복해 민사·형사·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기업이 많고, 이중 20% 가량이 공정위 결정과 다른 판결을 받음에도 알기가 어려워 기업 실무자나 변호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최근 백 변호사는 개정 공정거래법 내용과 판례들을 모아 '전면개정된 공정거래법 조문별 판례와 내용'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법 개정으로 공정거래법 자체의 분량도 두 배가 되고, 조문에 따른 판례를 정리할 필요가 있는 만큼 스스로를 위해 만든 책이기도 하다"며 "다른 변호사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백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논란이 됐던 전속고발권과 관련해서는 폐지가 오히려 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 변호사는 "전속고발권 폐지는 시어머니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전에는 공정위만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적발했다면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검찰·경찰·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타사 등 참견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어 "대기업의 경우 고발을 통해 법적 분쟁이 생기면 대응할 인력이 되지만 중소기업은 조사 준비에 집중하느라 경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정위가 고발을 무기로 활용해 기업을 조사하는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소벤처기업부나 조달청 등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공정위에 신고하면 반드시 고발하는 절차가 있으므로 보완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