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주 단위로 2배씩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이면 신규 확진자가 수십만 명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불거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만7360명으로 집계됐다. 1주일 전인 7월 5일(1만8136명)에 비하면 2배 이상, 2주일 전인 6월 28일(9894명)보다는 4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더블링 현상은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번지던 1월 말~2월 초에 이미 겪은 바 있다. 당시 매주 2배씩 늘면서 신규 확진자가 결국 수십만 명대로 폭주하는 대유행을 불러왔다.
오미크론의 세부계통 변이 BA4.와 BA.5는 이미 미국에서 우세종으로 자리잡았으며, 국내에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들 변이는 자연 감염이나 기존 백신으로 생성한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이 있어 이미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재감염될 가능성이 앞선 변이들보다 높다.
영국에서의 조사 결과 BA.5 변이의 검출 증가 속도는 BA.2보다 35.1%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파력이 더욱 강력하다는 의미다. 또한, 동물실험 등에 따르면 BA.4와 BA.5는 오미크론보다 중증도가 강할 가능성도 있다.
임숙영 중대본 상황총괄단장은 "백신 접종의 면역 감소시기가 도래한 점이 기저 요인이며, BA.5 변이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 현재의 빠른 증가세를 불러왔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두 해제되고 증가한 이동량과 사회활동도 현저히 빠른 확산세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블링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확진자 폭증 시점도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신규 확진자가 8월에는 30만~40만 명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로운 변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확보되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마저 해제된 현재로서는 확진자 폭증을 막을 방어선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4차 접종을 확대할 전망이지만, 기존 백신으로는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위중증 환자 발생 및 사망 피해 감소를 위한 효과성에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 7시 소집된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1차회의에서 "전파를 차단하는 것보다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겠다"는 정기석 자문위원장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미국 보건당국의 요청에 따라 BA.4와 BA.5 변이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을 개발 중이다. 예상 공급 시점은 10월이며,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기존 백신으로 전국민 4차 접종이 불가능하고, 신규 백신 확보도 어려운 현 시점에 확진자 폭증이 의료마비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바이러스의 공격 인자가 강해졌는데 방어 인자는 확진자 의무격리와 실내 마스크만 남았다"면서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토대로 13일 종합적인 방역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적 모임 제한이나 영업시간 규제 등과 같은 기존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재도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신 위원은 "위중증 환자를 막아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면 이마저 어렵게 된다"며 "(확산을) 초기에 막지 못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