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취임 후첫 공식 간담회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이달 말 납품단가 연동제 표준계약서가 나온 뒤 8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납품단가 연동제의 세부 규정을 시장에 자율로 맡긴다는 기조도 재차 강조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국민업무보고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히며 "20~30개 중소기업·대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보편적 시범사업'이 될 수 있도록 대상군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한 세부규정을 시장에 맡기는 것에 대한 실효성 논란에 대해 "세부규정을 세밀하게 정하지 않는 건 미온적인 태도가 아니다"라며 "품목별로, 1·2차 등 하도급 별로 조사해보니 경우의 수가 굉장히 복잡하다. 몇 개의 품목을 정하고, 몇 개의 하도급 유형을 정하면 나머지 부분은 모두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말했다. 제도는 반드시 시행하지만 시장에 자율성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법안은 14년 전 발의됐는데 그 사이 시장에서 자율적인 상생 표준이 마련되길 원했지만 진척이 없었다"며 "중기부는 14년은 충분했다고 보고 이번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형마트의 휴무일 온라인 배송 관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장관은 "이슈가 첨예하고, 소관 부처간 뜨거운 논쟁을 하는 부분"이라며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른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이슈는 정책적으로 우리가 어디를 보호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는 만큼 합리적인 합의가 가능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원전산업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원전 관련 주요 부품 대부분이 중소기업이 생산한다. 중소기업이 함께 가지 않는 원전재생은 불가능하다는 게 우리 부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배석한 변태섭 중소기업정책실장도 "자료에 따르면 원전업계 중소기업이 2020년 기준 432개다. 평균 매출액이 2016년 49억 원에서 2020년도 29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원전정책이 큰 틀에서 바뀌고 있는 만큼 산업을 구성하는 대다수인 중소기업을 지원해 원전생태계가 건전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투자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국내 모태펀드 규모의 축소 가능성에 대해선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자금이나 경제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위축을 가속화 시킬 수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민간시장 자금의 양이나 흐름이 예전보다 활발해 어떤 식의 민간주도 시장으로 전환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3년전부터 민간시장 자본 형성이 전체 시장의 50%를 넘어가고 있다. 민간시장에선 기업과 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찾아 투자하는 만큼 민간주도로 차츰 전환하고, 동시에 여성, 지역, 청년, 리스크가 큰 기술 쪽으로 모태펀드 정책을 고도화 시키는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올해 하반기 중점 업무로 △벤처‧스타트업 3.0 상생모델 추진 △2022 대한민국 동행세일 개최 △중소벤처기업 분야 한‧미 동맹 강화 △납품단가연동제 제도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중 오는 9월로 예정된 대한민국 동행세일과 관련해 "대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지자체 등이 함께 참여해 '동행'에 방점을 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3고 위기에도 공격적인 디지털 경제 시대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끝나면 웃으면서 영업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3고 복합위기에 '높을 고(高)'자가 '고통 고(苦)'자가 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디지털 경제 선도국가로서 경제를 선점할 수 있는 공격적인 전략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 장관 취임 약 70일만에 이뤄졌다. 이 장관은 장관직 수행 중 가장 달성하고 싶은 목표로 불공정 거래 근절과 규제 철폐를 꼽았다. 이 장관은 "고질적이고 고름이 되고, 고통이 되는 것을 강력하게 제거하는 의지를 발휘하는 것이 리더십"이라며 "규제 철폐와 불공정 거래 개선은 임기 내 역량이 닿는 한 우선순위에 놓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