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5종목 9090억 순매수
반도체·통신 등 낙폭과대주 주목
“외국인 오늘도 쓸어담는 중. 확실한 추세전환.”
요즘 삼성전자 종목 토론방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순매수하면서 5만 원대였던 주가가 6만 원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6만 전자’를 회복한 지난 15일부터 나흘 연속 6만 원대 주가 방어에 성공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주가가 바닥을 다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 행렬을 이어가던 외국인은 7월 들어 1조 원 이상 순매수하며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렸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7월 들어 1조1160억 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까지 14거래일이니 하루에 797억 원꼴로 자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외국인은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이달 1일(-3400억 원), 4일(-1385억 원), 13일(-1010억 원)을 제외하곤 순매도 금액이 500억 원을 밑돌았다. 이 흐름을 유지할 경우 월간 기준으로도 순매수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이 이달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S’로 시작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삼성SDI, SK텔레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5개 종목이었다. 이들 종목의 순매수 금액은 9090억 원으로 7월 외국인 순매수 전체금액의 81.5%에 달했다. 7월 초 시초가 대비 수익률은 삼성전자 6.3%, SK하이닉스 12.1% 등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외국인들은 반도체, IT가전, 통신 등 낙폭과대주와 내수주에 주목했다. 특히 낙폭과대 업종 중에서도 여전히 실적 대비 저평가된 IT가전, IT하드웨어, 반도체 등의 업종에 관심이 높았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2640억 원)와 SK하이닉스(3090억 원) 순매수에 7월 전체 순매수 금액의 절반 가까이 쏟아부었다. 반도체주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의 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에 동반상승했다. TSMC가 3분기에 이어 내년에도 호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에 그동안 반도체 업황 우려가 과도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은 7월 초 저점 50만1000원을 찍고 반등 중인 삼성SDI를 122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SDI의 2분기 호실적 달성 기대감과 BMW의 원통형 배터리 파트너 선정 등 호재에 매수세가 몰렸다. SK텔레콤은 4월 중순 6만 원대였던 주가가 5만 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3개월 새 주가가 10% 가까이 빠지면서 외국인은 1090억 원어치 주워 담았다. 지난해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공모가 10만5000원 아래인 7만 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외국인의 1050억 원어치 저점 매수가 이어졌다.
외국인 순매수 기조는 기존 악재들의 확대 재생산 흐름이 약해지고 있는 덕분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는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에도 이전과 달리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 폭과 속도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실적전망 하향조정세가 진정되며 하방경직성을 높여준 점도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유가 안정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결정되면 달러 강세가 진정되며 외국인의 순매수가 지속하며 코스피의 기술적 반등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 대비 원화의 상대적 강세, 실적 전망 하향조정세 진정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코스피 저평가 매력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라며 “외국인이 돌아왔다, 수급이 안정됐다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코스피가 극심한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높아졌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