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장애는 장난이 아닌데”…도 넘은 ‘우영우’ 따라하기

입력 2022-07-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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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다. 높아진 드라마 인기 만큼, 이 드라마를 패러디한 각종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를 불편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이 ‘장애’를 가졌기 때문이다.

‘장애’를 그저 재미 요소로만 소비할 수는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청률 화제성 모두 잡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패러디 콘텐츠도 줄 이어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1회 시청률 0.948로 시작한 우영우는 방송 5회 만에 시청률 9%를 넘어 채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20일 방송된 7회는 11.7%로 또 한 번 기록을 넘어섰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도 이달 4일부터 2주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비 영어 TV 드라마인 것으로 집계됐다.

화제성도 1등이다. 18일 굿데이터에 따르면 우영우는 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 3주 연속 1위에 올랐고, 강태오와 박은빈이 출연자 화제성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이렇듯 우영우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이를 패러디한 콘텐츠도 쏟아져 나온다. ‘알 낳는 고래 퀴즈’, ‘하지만 고래 얘기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등 극 중에 등장한 대사가 최근 밈처럼 활용되고 있다. 이슈 집합소인 의정부 고등학교 졸업사진에는 여러 학생이 우영우의 분장을 하고 나타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들은 우영우의 행동을 모사한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유튜브 캡처)

‘우영우 따라하기’ 자폐 장애인 희화화 논란

드라마의 인기가 워낙 높은 만큼 이를 이용한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극 중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영우를 묘사하는 콘텐츠들이 자폐 장애인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 상에는 이같은 콘텐츠들이 논란이 됐고, 해당 유튜버들은 입장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유튜버 A 씨는 “(우영우를) 패러디한 영상”이라며 “재밌어하는 구독자 중 누구도 ‘자폐증상’을 따라 해서 재밌다거나, ‘자폐증상’이 웃기다거나 이를 비하하는 걸 재밌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영우 캐릭터와 비슷해서 재밌어하시는 거라고 생각하고 저희 또한 그런 의도로 만들었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영우를 따라하는 건 괜찮을까’는 가치관의 차이로 나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어 “저는 드라마 우영우가 자폐증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히려 장애를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삼으면 그들이 더욱 고립될 거로 생각한다. 이런 말투를 자연스러운 말투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친숙해지고 이해할 기회가 생길수록 더 나은 사회가 되는 건 아닐까. 적어도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튜버 B 씨는 “저는 영상 속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지도 않았고, 비하하지도 않았고, 모든 자폐가 있는 분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유머로 소비한 것도 아니다”라며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귀엽고 매력적이라서 주변에 따라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내용의 영상을 보고 만든 영상이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아이유 병’, ‘츄 병’같이 특정 인물을 따라 하는 행동을 그렇게 부르는 게 유행이라 ‘우영우 병’이라고 적었는데 이 부분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했다.

"우영우 같은 자폐 장애 없어…드라마는 환상" 지적도

패러디를 넘어 자폐 장애를 앓고 있는 ‘우영우’ 드라마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일부 나오고 있다. ‘우영우’라는 캐릭터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일반인 배우가 자폐 장애를 앓고 있는 우영우를 연기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한 자폐 아동 보호자 커뮤니티 회원은 “변호사가 가능한 자폐인은 자폐인이라 부르기 힘들다”며 “서번트 증후군이라서 천재적 두뇌를 가졌다고 해도 변호사를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자폐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결국 자폐의 모습이 또 흥밋거리가 된 것처럼 느껴져서 싫었다”며 “이런 눈 끌기 용 드라마로 사회 편견이 사라질까? 오히려 ‘우영우 정도는 돼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할까 봐 걱정돼 아쉬움이 크다”는 의견을 남겼다.

천재 자폐인 캐릭터인 우영우가 왜곡된 인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폭은 넓은데, 우영우는 특별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우영우 캐릭터를 자폐 장애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대중에게 각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장애인 역할을 장애인들이 직접 연기한 사례를 두고,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비장애인 연기자가 연기한다는 것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신을 자폐아 가족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하나도 안 불편하다. 내가 보는 우영우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며 “(우영우는) 자폐계에서는 초능력자 수준의 인물이다. 근데 슈퍼히어로 영화가 말도 안 된다고 그게 재미가 없고 불편하냐. 스파이더맨이 거미에 물렸다고 벽을 타는 건 안 불편해하던 사람들이 우영우가 변호사가 된 게 불편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중졸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공학박사 천재 역할 하는 건 안 불편했느냐”며 “연기는 연기다. 특징을 잘 표현해서 느낌만 잘 내면 안 불편하다. 우영우 정도면 고기능 자폐의 느낌을 잘 살린 것. 3화에서도 저기능 자폐 느낌을 잘 살렸다”고 평가 했다.

더불어 “영우 아빠가 울면서 하는 대사는 거의 80% 똑같이 우리 아들한테 해봐서 얼마나 리얼한지 안다”며 “우리는 하나도 안 불편한데 왜 불편하니 마니 난리인가. 자폐인 가족으로서 자폐인들과 그 가족들이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상황이 고맙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사진제공 = ENA)

연기자 박은빈도 조심스러운 행보..."장애인 당사자 모니터링 필요하다" 지적도

이에 우영우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박은빈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 왔다. 관련 인터뷰에 따르면 박은빈은 우영우 캐릭터 소화에 대한 부담감으로 출연 제의를 수차례 거절했으나 제작사의 1년 가까운 설득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채널 ENA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뤄진 캐릭터 인터뷰에서도 다른 배우들은 극 중 등장인물로서 인터뷰에 임했지만, 박은빈은 우영우의 가까운 지인으로 등장하는 등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우영우를 연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제작발표회에서도 “미디어를 통해 구현된 적이 있던 캐릭터를 모방하고 싶지 않아 모방을 최우선으로 배제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작가님, 감독님, 자문 교수님과 함께 깊이 있는 고찰을 나눈 끝에 우영우 캐릭터가 완성됐다”는 등 자폐 장애를 앓고 있는 우영우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박은빈의 행보에 2005년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을 앓는 마라토너 윤초원 역을 맡았던 조승우도 재조명됐다. 당시 조승우는 자폐 연기를 보여달라는 인터뷰 질문에 불쾌감을 표하는 등 극 중을 제외하고는 자폐증 연기를 재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폐증 장애인 묘사에 대한 찬반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장애인 당사자분들의 모니터링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장애인이 하는 모니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장면들이) 극 중 맥락상 장애인을 비하하려고 하거나 놀리기 위해 집어넣은 것인지, 그 장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기 위해서 넣는지 등을 보다 보면 느낄 수 있는데, 이런 측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른 드라마에서도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장애인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이 그대로 등장할 때가 좀 있는데 우영우는 없는 편이라 ‘판타지’라는 이야기까지 듣는다”면서도 “하지만 너무 심한 악역의 망언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소장은 “극적 갈등을 고조시키려고 편견 가득 찬 독설·혐오 표현을 넣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걸 듣는 장애인 당사자들 처지에서도 큰 충격이 될 수 있고, 이런 표현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괜찮다는 인식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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