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특별법서 탈원전 기조 삭제
반도체서도 인력 유출 생기지 않도록 노력
남은 임기 동안 야당 의원과도 소통 약속
오전 6시 30분. 국회의사당 헬스장엔 여야 의원들이 몰려든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도 이 중 한 명이다. 김 의원은 헬스장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에서 야당 의원들과 만나 속을 터놓고 얘기한다.
운동을 마친 후 김 의원은 의원실로 출근한다. 최근 김 의원은 준비 중인 법안은 물론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간사 역할을 맡아 정신이 없다. 국회에서 찾기 힘든 이공계열 전문가로서 김 의원은 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도맡았다. 21대 국회 전반기 동안 김 의원은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전) 국회 포럼 공동위원장, 탈원전 피해 및 국토파괴대책 특별위원 등을 맡아 바쁜 하루를 보냈다.
김 의원이 새벽부터 바쁘게 하루를 보냈던 이유는 '원전 정상화' 때문이다. 금오공과대학교 총장을 지냈고, 관련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했기에 김 의원은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리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생태계 복원’을 핵심과제로 내건 만큼 김 의원 같은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최근에는 국정과제에 담긴 사용후핵연료 특별 법안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 따로 있지만, 탈원전을 바탕으로 했기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26일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올해 초부터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야당에서 발의한 법안은 기본적으로 탈원전 기조를 담았지만 몇 가지 독소조항이 있어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새로운 특별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제가 만들려는 특별법안은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정의와 저장, 운반, 처리, 처분 등 전 과정을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로드맵"이라며 "최대 현안인 저장시설 적기 확보와 처분 부지 마련, 동시에 처리 등 미래를 위한 기술개발도 포함할 수 있도록 할"이라고 밝혔다.
고준위 방폐법 외에도 원전의 계속 운전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감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해외 주요국은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을 대통령 직속 또는 관계 행정부처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상임위원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비상임체제로 효율성과 전문성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해 원전 인허가의 차질, 행정 낭비, 불필요한 논쟁을 초래하고 있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원자력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주민 보호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원자력 외에도 김 의원은 자신의 핵심 전공 분야인 반도체에 몰두 중이다. 국내 반도체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제 공급망 환경도 좋지 않은 상태라 국회에서 역할이 중요해진 상태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 간사로서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그는 "최근에는 미중 패권경쟁으로 중국으로 인재 유출이 줄어들어 인력 문제는 안정화됐다"면서도 "국내 기술의 해외유출 방지 대책과 그 과정에서 연구자들의 선택권이 과도하게 침해받지 않는지 등 국회에서 챙길 부분이 있는지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회 내에 전문가가 늘어나길 희망한다. 원자력이나 반도체 등 대책 마련이 꼭 필요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회에 전문가가 필요하다. 전문성 없이 그냥 하면 국가가 어디로 가겠는가"라며 "계획대로 가는 것이 아니고 지역이나 목소리를 가지고 움직인다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남은 임기 2년 동안 김 의원은 원전 생태계 복원과 반도체 산업 육성에 계속 힘쓸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야당의 협력은 꼭 필요하다. 헬스장을 활용해 소통하던 김 의원에게 협치는 어렵지 않은 문제다. “해외에 갔을 때 밤늦게까지 야당 의원들이랑 원자력에 대해 소통했다. 그분들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많이 만나고 소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