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근 세컨신드롬 CTO “파이썬, 기술을 넘어 내 안의 편견 깨줘”

입력 2022-07-3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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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창고 다락’ 세컨신드롬 김영근 CTO
아시아 최초 파이썬소프트웨어 재단 이사
“파이썬 저변 넓어진 건 다양성과 포용”

▲아시아 최초 파이썬소프트재단 이사를 역임한 김영근 세컨신드롬 CTO는 파이썬이 많은 프로그래밍 언어 중 가장 널리 쓰이는 이유로 커뮤니티의 다양성과 포용을 꼽았다. (사진제공=세컨신드롬)

최근 몇 년 간 개발자가 귀한 인력이 되면서 코딩 열풍이 거세다. 그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단연 ‘파이썬’이다. 파이썬은 인스타그램 같은 서비스 개발부터 데이터 분석, 뱅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 얼마 전 경이로운 우주 사진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제작에도 파이썬이 활용됐다.

매달 글로벌 프로그래밍 언어 순위를 발표하는 PYPL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파이썬의 점유율 28.38%에 이른다. 2위 자바(17.5%)와 큰 차이가 난다. 네덜란드의 프로그래머 귀도 반 로섬이 크리스마스 주말에 취미로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됐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파이썬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시아에서 최초로 파이썬소프트웨어 재단(PSF) 이사를 역임했던 김영근 세컨신드롬 CTO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01년 설립된 PSF는 저작권 없이 오픈 소스로 공개된 파이썬의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글로벌 비영리 재단이다. 김영근 CTO는 파이썬 생태계 저변이 넓어진 이유로 ‘다양성’과 ‘포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이썬 커뮤니티는 어떠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오든 배척하지 않고 환영한다”며 “나는 천문학자인데 파이썬이 도움 될 거 같다고 말하면, 포용하고 함께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지식 자산이 쌓여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쓰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파이썬 로고 (사진제공=파이썬소프트웨어재단)

브랫 캐넌(Brett Cannon)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 코어 개발자는 파이썬 언어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커뮤니티가 좋아서 눌러 앉았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Come for the language, Stay for the community”라는 유명한 말이다.

이러한 문화는 파이썬 커뮤니티 내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성별과 인종,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김 CTO는 “보통 테크 컨퍼런스 가면 남자들 밖에 없는데 파이콘은 여자 화장실 앞에 길게 줄을 선다”면서 “제가 PSF재단 이사를 맡았을 때에도 여자 이사가 더 많았다”고 회상했다.

김영근 CTO는 8살 때부터 개발자를 꿈꾸며, 20년 넘게 개발 외길 인생을 걸었다. 2010년대 초반 국내에서 파이콘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아시아 파이썬 커뮤니티 내에서 활발히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이사직을 맡게 됐다.

“파이콘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개발자를 만나고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특히 짐바브웨 개발자를 만난 적 있는데 실력이 인상적이었고, 아프리카의 IT 발전 속도가 엄청 나더라.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 안의 차별적 인식을 지우며 (다양성에) 눈을 떴다”

“개인보관 물류 솔루션 ‘미니창고 다락’…물류의 디지털화 꿈꿔”

현재 김영근 CTO는 도심형 개인 보관 물류 솔루션 ‘미니창고 다락’ 서비스를 위한 기술 전반을 책임 지고 있다. 이제 막 태동한 국내 개인 보관업계의 시장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해 지난해 11월 합류했다. 지금의 무인 운영 관리와 원격 제어 시스템을 넘어 ‘물류의 디지털화’를 꿈꾸고 있다.

그는 “마치 SF 영화나 게임처럼 개인 물건을 디지털화해 실물을 직접 만지지 않아도 회수, 보관, 이동, 처분이 가능한 서비스를 꿈꾼다”면서 “게임 속 아이템처럼 바로 꺼내어 쓸 수도 있고 타인과 거래도 할 수 있는 방식처럼 말이다”라고 비전을 소개했다.

김영근 CTO는 개발자를 꿈꾸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파이썬 공부를 추천했다. 사내에서 곧 비개발자를 위한 파이썬 스터디도 운영할 예정이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해보는 것”이라면서 “답부터 찾기보다 혼자 고민하고 직접 코드를 만들어야 실력이 빨리 는다”고 조언했다.

개발자에게 중요한 덕목으로는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호기심과 함께 ‘윤리 의식’을 강조했다. “개발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며 직·간접적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 커졌다. 잘못 악용하면 딥페이크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나 혼자 잘 살겠다는 마음보다 오픈 소스나 커뮤니티를 위하는 개발자 문화에 대해 공감하고 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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