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롯데월드몰 외벽에 대형 포스터 사이즈의 벽화가 그려졌다. 제목은 ‘눈을 떠라’(Eyes Open). 미국 그라피티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가 내한해 직접 그린 것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다룬 작품으로 대중의 참여를 유도해온 그는 예정된 정식 전시 개막에 앞서 롯데월드타워 1층 내부와 도산대로 부근, 송파구청 인근,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등 서울 각 지역에서 26일까지 벽화 그리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셰퍼드 페어리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89년, 프랑스의 전설적인 레슬러 앙드레 더 자이언트의 얼굴과 ‘복종하라’(OBEY)라는 문구를 조합한 흑백 이미지 스티커를 제작해 길거리에 붙이기 시작한다. 이 작업물이 미국 스케이트 보더와 그래피티 아티스트 사이에 널리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다.
셰퍼드 페어리는 스티커, 포스터, 벽화 등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 전시할 수 있는 작업물로 평범한 이들의 적극적인 사유와 참여를 유도하면서 미국 길거리 예술을 미술 시장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종하라’ 작업의 연장으로 2001년 ‘OBEY’라는 이름의 의류 브랜드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접점을 찾던 그는 2008년 버락 오바마의 초상화 ‘희망’(HOPE)을 작업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다.
그의 국내 벽화 그리기 퍼포먼스는 롯데뮤지엄이 29일부터 선보이는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전시에 앞서 진행한 것이다. 롯데뮤지엄 관계자는 “송파구청 인근 벽화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코끼리, 비둘기를 그렸다. 작가가 평화, 환경과 관련된 메시지로도 작업을 해온 만큼 이번 벽화 작업도 그렇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11월 6일까지 약 4달간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470여 점의 규모 있는 작품이 공개된다.
내한 중인 셰퍼드 페어리는 28일 오전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열고, 30일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직접 작품관, 작업 방식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중과 소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