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무시한 사우디, 트럼프가 노린다

입력 2022-07-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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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사우디서 원유 증산 합의 못한 채 굴욕 겪어
트럼프, 사우디 국부펀드가 출범한 LIV 골프대회 극찬
주말 열리는 대회도 본인 소유 골프클럽서 개최
과거 사위ㆍ측근 회사에 사우디 펀드가 투자한 이력
미국 내 반대 목소리에도 사우디와 공개 협력 행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1월 22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카트를 운전하고 있다. 스털링/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원유 증산에 관한 합의를 하지 못한 채 오히려 무시만 당하고 왔다는 혹평을 받았다. 한때 인권 문제를 이유로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이었지만, 치솟는 국제유가를 해결하려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러 간 자리에서 ‘아직도 사우디가 왕따인가’라는 질문만 받고 돌아왔다.

이런 사우디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기회로 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주말 자신이 보유한 뉴저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LIV 골프 토너먼트 대회를 개최한다.

LIV는 미국프로골프(PGA)에 대항해 출범한 단체로, 2억5500만 달러(약 3314억 원) 상금이 걸린 이번 대회에는 메이저 대회 6회 우승자인 필 미컬슨을 비롯해 브라이슨 디섐보, 더스틴 존슨과 같은 여러 유명 선수들이 출전할 예정이다.

문제는 LIV가 사우디 국부펀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으로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우디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손잡고 미국에서 골프대회를 열자 미국 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거세다. 사우디가 스포츠를 통해 대외 이미지를 세탁하는 이른바 ‘스포츠 워싱’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공화당이 사우디에 보낸 강경 메시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1년 9ㆍ11테러에 사우디가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911저스티스의 브렛 이글슨 회장은 “이번 일은 돈과 탐욕, 권력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 가족을 죽인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로부터 이익을 챙기는 전직 대통령은 가망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12월 14일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리야드/AP뉴시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대통령 후보 시절엔 여러 차례 사우디를 공개 비판하며 날 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부터 태도가 달라졌다. 대통령으로서 첫 해외 여행지로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택했던 그는 2018년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양국 긴장감이 극에 치달았을 땐 혐의에 연루된 의혹을 받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두둔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퇴임 후 사우디와 트럼프의 사이는 더 가까워졌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운영하는 회사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고, 트럼프 재임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브 므누신이 운영하는 회사에도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제는 골프 사업을 통해 둘의 관계가 공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변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LIV는 선수들을 PGA 투어에서 빼냄으로써 골프 시장을 뒤집어 놨고, 이는 사우디를 홍보하는데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며 극찬했다.

9ㆍ11 희생자 유족들의 반발에 관해선 “그들의 감정을 알지만, 그들이 말하는 입장에 대해선 모른다”고 답했고, 카슈끄지 살해사건에 대해서도 “논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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