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박용진ㆍ'신중' 강훈식…단일화 공감대 속 미묘한 온도차
대구 찾은 이재명, '사당화ㆍ사법리스크' 논란 차단 주력
더불어민주당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당대표 후보인 박용진·강훈식 의원이 이재명 후보의 독주를 막기 위한 ‘단일화’ 원칙에 공감했지만 각론에선 온도차를 보였다.
두 후보는 30일 저녁 회동을 갖고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시점과 방식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박 후보는 단일화에 따른 사표 방지를 막기 위한 ‘일대일’ 구도를 위해 조속한 단일화를 요구하지만, 강 후보는 후보별 비전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31일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 후보와) 단일화 반드시 하겠다. 박용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어떤 방식이든 간에 당심과 민심이 반영되는 거라면 다 수용하겠다고 (강 후보에게) 말했다”며 오는 3일 대구·경북 당원 투표 전까지 단일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도 비슷한 시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반에 97그룹이 단일화 이슈에 몰입했던 예비경선이 끝났기 때문에 본선에서는 일반 당원과 국민께 강훈식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지금은 미래연대와 비전 경쟁에 집중할 때”라고 ‘속도 조절’에 무게를 실었다. 또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국민이 97세대에게 바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두 후보는 ‘비전 경쟁’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부각될수록 ‘정치보복’ 프레임이 강해지고, 여론과 당심이 쏠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 후보는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 말고 제 비전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며 언급을 피했으며 박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가 박용진의 혁신노선과 이재명의 남 탓 노선의 격렬한 노선 투쟁이 될 것임을 선언한다”고 각을 세웠다.
이에 이 후보는 ‘이기는 민주당’을 내걸고 자신을 둘러싼 ‘사당화 논란’ 차단에도 주력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정한 공천을 거듭 강조하며 “내 편이니깐 너는 떨어져도 나가고(출마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니 너는 당선될 가능성이 많지만 하지마(출마하지마), 이렇게 해서 되겠나”라며 “제가 이렇게 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 있냐. 이것은 못 믿는게 아니라 안 믿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공격하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의 당원과 국민들의 눈으로 유능하고 충직한 일꾼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이 후보는 전날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참고인이 최근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두고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에게 엮지 않나”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