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한층 악화
노르트스트림1 가스 공급 축소 여파
연립정부 내에서 마찰 커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독일은 올해 들어 원전 폐쇄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기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그 결과 7월 중순 진행했던 최근 테스트 결과가 5월 이전에 진행한 것보다 더 어려운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스트레스 테스트는 특히 독일에서 가장 큰 주인 바이에른주가 올 겨울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나타냈다. 바이에른은 주요 산업 중심지이지만,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가 부족하고 가스와 원자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독일과 연결된 천연가스 송유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공급량을 줄이면서 가스 공급 우려가 커진 탓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로 향하는 송유관을 옥죄면서 협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달 초 노르트스트림1 가동 수준을 기존의 40% 수준으로 줄인 데 이어 최근엔 절반을 추가로 줄였다. 결국 전체 공급량의 20% 정도만이 독일로 들어가고 있으며, 공급이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독일에선 연내 원전 폐쇄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그간 야당에 집중됐던 이 같은 목소리가 최근엔 올라프 숄츠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에서도 나오고 있어 판도가 흔들린다.
반면 자유민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지금의 원전 폐쇄 계획을 주도했던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은 난색을 보인다. 앞서 이들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벌어지자 올해까지 단계적으로 독일 내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원전 반대를 사실상 당의 정체성으로 유지하고 있는 녹색당의 경우 정책 수정에 회의적인 상황이다.
녹색당 소속인 하벡 경제장관은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건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복잡한 문제로, (재가동은) 가스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린드너 장관에 맞서고 있다.
하벡 장관의 주장은 1분기 독일 발전량 가운데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3%인 반면, 원전은 6%에 그친 것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린드너 장관은 전기 부족 문제가 가스 부족으로 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전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AP는 “원전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자유민주당의 요구는 다른 두 여당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며 “일부 녹색당 의원들도 국가가 전력 비상사태를 겪을 경우를 대비해 원전을 재가동하는 데 어느 정도 개방적인 뜻을 밝혔지만, 나머지는 공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