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새벽배송에서 줄줄이 발을 빼는 대신 퀵커머스(빠른배송)의 문턱은 낮추며 2라운드 경쟁에 돌입했다. 업체마다 배달비는 내리고 배달 품목은 늘리면서 퀵커머스 주도권 잡기에 나서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자사의 SSM(기업형슈퍼마켓) 익스프레스의 '1시간 즉시배송' 서비스를 기존 배송비 3000원에서 3만 원 이상 구매고객의 경우 배송비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장바구니 쿠폰(7000원)과 2만 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그동안에는 '1시간 즉시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주문 금액과 무관하게 배송비 3000원을 내야 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고객의 주문지 3㎞ 이내에 매장이 있다면 주문 즉시 해당 상품을 포장해 배달대행업체의 배달기사가 고객에게 1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는 시스템이다.
이태신 홈플러스 온라인사업부문장(전무)은 “전국 33개 도시의 252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에서 밤 10시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1시간 즉시배송’ 이용 고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배송비 정책을 대폭 개선한 만큼 편리함을 많은 고객들이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한 GS리테일도 5월 시작한 ‘요마트’를 통해 퀵커머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요마트는 배달앱 요기요와 만든 전국 즉시 장보기 서비스인데 전국의 350여개 기업형 슈퍼마켓(SSM) ‘GS더프레시’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해 신선식품과 간편식, 잡화 등을 배송료 3000원에 1시간 내 배송한다.
GS리테일은 지난달 중순 유료 멤버십인 '프라임 멤버십'(월 3900원)을 출시했는데 요마트의 기존 4만 원 이상 구매 시 배송료(3000원) 무료 정책을 멤버십 회원에게는 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배송료 무료로 혜택을 확대하기도 했다.
유통업체가 아닌 플랫폼도 빠른배송에 더해 배달비 인하에 나선다. 배달앱 위메프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도보배송'과 연계해 기존 배달 서비스보다 30%가량 배달비가 저렴한 '근거리 배달'을 이달 중 도입할 예정이다. 근거리 배달은 디저트, 베이커리 등을 1.5㎞ 이내 거리에서 배달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위메프오는 입점 업체가 주문접수 프로그램에서 배달 대행 이용료를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인다.
최근 소비자들은 치솟는 배달비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들 역시 단건 배달 등의 도입으로 배달앱에 지불하는 배달비가 오르면서 수익이 악화돼 비난이 거세지자 플랫폼이 나서 근거리 배달은 도보를 이용해 배달하면서 배달료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퀵커머스 상품군을 넓히는 곳도 있다. 배달앱 요기요는 최근 문구·사무용품 즉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문구·사무용품 즉시 배달 서비스는 학용품 등과 같은 준비물부터 업무 중 갑자기 떨어진 복사용지, 각종 디지털 용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직접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요기요 앱을 통해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유통업계로서는 퀵커머스가 갈수록 중요한 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2인 가구를 비롯해 맞벌이 부부가 늘고, 폭염ㆍ폭설 등 이상기후도 잦아지면서 일상 생활에서 빠른배송 수요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성고객을 만들기 위해서는 퀵커머스에 대한 차별화가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실제 퀵커머스 이용 고객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7월 한달 기준 '1시간 즉시배송' 매출은 오픈 이후 635%, 총구매자 수는 627%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실적과 비교해도 매출과 총구매자 수가 각각 150%, 158% 신장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구축에 비용부담이 큰 만큼 유통업체들에게 퀵커머스는 고민의 대상”이라면서 “하지만 소비자들 반응이 가장 좋기 때문에 갈수록 확대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