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기로에 선 韓반도체] 불 보듯 뻔한 중국의 보복…기업들 '한한령' 노심초사

입력 2022-08-04 18:04수정 2022-08-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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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대만 이어 한국 방문
美 칩4 동맹 가속에 한국 가입 전망
전문가들 “중국의 경제보복 우려 커”
반도체뿐 아니라 유통 등 업계로 확산
최소화 전략 및 정부 지원책도 절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에 이어 3일 방한하면서 ‘칩4 동맹’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당정이 미국 쪽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반도체를 비롯한 중국 수출 관련 국내 기업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4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한과 관련해 “미국의 ‘칩4’ 동맹 가입 요구는 영화 대부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과 같다”며 칩4 동맹 참여를 촉구했다. 또 최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미국이 제안한 칩4 동맹 이슈에도 국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략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한 만큼 한국이 칩4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연이은 중국 반도체 제재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진퇴양난’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산업지원법(Chips-plus법)을 통과시키며 미국의 세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이나 우려 국가에 반도체 생산능력을 신·증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명시됐다. 중국 신규 설비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는 데다 칩4 동맹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 계획을 밝혔으며 중국은 홍콩을 포함해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자 생산거점이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장 만난 김진표 국회의장.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일이다 보니 기업에서 당장 입장을 표하긴 어려운 만큼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동맹을 하든 안 하든 어느 쪽이든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동맹에 참여할 경우 당장 매출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기업들은 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고 동시에 정부의 지원책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칩4 참여로 반도체뿐 아니라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반도체 수출 관련해 중국이 차지하는 시장 크기가 워낙 커 칩4에 가입하는 것이 당장은 이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며 “현재 중국의 내부 불만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사드 때보다 훨씬 큰 경제보복과 함께 반도체는 물론 중소기업, 유통 업계 등에도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화장품업체가 꼽힌다. 뷰티업체들은 중국 내 자국 화장품 선호 현상과 코로나19에 따른 봉쇄까지 겹치며 안 그래도 중국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찬물이 뿌려질까 우려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정치나 외교에 대한 부분은 변동성이 높은 만큼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 예측 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식품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대만 업체의 규제에 따른 일부 단기적인 반사 이익도 예상하면서도 중국 내 불매 운동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어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지금은 대만 식품 수입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국내 업체에 반사 이익을 거둘지는 미지수”라며 “사드 때처럼 중미 갈등이 우리나라 기업 불매 운동으로 이어진다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교 문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겠지만, 현재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딱히 지켜보는 상황도 아니다”고 했다.

국내 중소기업도 대(對)중국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반복되는 봉쇄 조치와 내수 침체, 미국과의 정치적 대립,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조치 등으로 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액은 최근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되면 원자재와 유통 등 다각적인 규제가 이어져 중소기업의 수출 활동이 혹한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지금의 겹악재가 대부분 외부 요인이어서 정부와 중소기업 모두 뾰족 수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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